“내년엔 등록금 3배 오른다” 英 때아닌 대입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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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대학은 10월에 학기 시작… 학비 인상 전 입학 안간힘
추가모집 경쟁률 2.5배 쑥

등록금 인상과 쉬운 대학입학시험으로 영국에서 초유의 입시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대학입학시험관리기관(UCAS)이 17일 오후 대학입시성적(A-level)을 발표하자 영국 수험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올해 입학시험이 예년에 비해 쉽게 출제되는 바람에 평균 점수가 크게 높아져 전 과목 A를 받고도 명문 대학에서 낙방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타임스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들은 이런 학생들이 40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UCAS 홈페이지는 고득점을 받고도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의 항의성 글이 폭주하며 몇 시간 동안 마비되기도 했다.

여기엔 내년부터 대학 등록금이 최대 3배까지 인상되기 때문에 올해 꼭 들어가야 한다는 학생들의 절박감도 깔려 있다. 6월 입학시험을 치른 후 10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영국 대학들은 내년 학기부터 등록금을 최대 9000파운드(약 1611만 원)까지 올릴 예정이다. 데일리메일은 2012년 입학하는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졸업과 동시에 5만7000파운드(약 1억209만 원)의 빚을 떠안아야 하지만, 올해 입학하면 2만9000파운드(약 5194만 원)로 부담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수험생들은 등록금 폭탄을 맞느니 정원이 미달된 학과라도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러다 보니 추가모집에도 학생들이 크게 몰리고 있다. 영국에는 매년 학기 시작 전 정원 미달 학과에 불합격생이 재도전할 기회를 주는 클리어링(Clearing) 전형이 있다.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2.5배가량 많은 학생이 지원했다. BBC방송은 지난해 5만2000명이 추가모집에 지원한 데 비해 올해는 13만6500명으로 늘었다고 18일 보도했다. 반면 여행이나 어학연수 등 입학 전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갭 이어(Gap year)’라는 입학유예제를 신청한 예비 입학생은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영국은 전체 수험생 68만 명 중 매년 평균 10만여 명이 낙방하는데 내년에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재수보다 취업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명문 대학들은 우수 인재들이 희생될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는 보고서를 통해 대학들이 내년 정원미달 사태를 피하려면 한 해 등록금을 평균 7500파운드(약 1300만 원)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싼 등록금 여파는 일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학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유학생이 18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18%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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