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처음 열린 중동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금융불안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정책공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중동의 금융 중심인 두바이 종합주가지수(DFM)는 개장 초 5% 안팎의 급락세를 보인 뒤 3.69% 떨어진 1,484.31로 거래를 끝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증권거래소는 TA-100지수가 개장과 함께 5.73% 폭락하자 거래를 일시 중단했고,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등 중동 대부분 시장에서도 주가가 급락했다.
주요 20개국(G20)은 이 같은 혼란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에 협력하는 내용으로 공동성명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주요국 정상들은 긴급 전화회의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공조 의지를 다졌고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차관 등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외신에 따르면 G20의 재무차관들은 7일 오전 긴급 전화회의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를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공동성명 등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요 7개국(G7)은 8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전화회의를 열어 같은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 회의가 끝난 뒤 공동성명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중앙은행 총재들도 8일 새벽(한국 시간) 긴급 전화회의를 갖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부채위기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례적으로 일요일인 7일 집행이사회 전화회의를 가졌다.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 국채 투매와 달러화 가치 폭락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미국경제와 달러화에 대한 깊은 신뢰의 뜻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과 아시아 등 미국의 우방국들이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우회 지원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 기획재정부의 최종구 국제업무관리관이 전화 인터뷰를 통해 “G20 전화회의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 운용정책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매입에 미적거리던 ECB는 두 나라의 국채 매입 지원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계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장에 돈을 풀어 채권을 매입하는 ‘3차 양적완화’ 조치에 나설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1, 2차 양적완화 조치가 일자리 창출 등 경기부양의 효과가 적었던 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FRB의 3차 양적완화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메가톤급’ 악재를 만난 이상 국제공조 차원에서 3차 양적완화 조치를 본격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주요국 정상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G20 정상회의 의장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각각 전화통화를 해 최근의 유로존 국채 위기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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