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갱단 폭력-보복이 두려워…” 멕시코 한 도시 경찰 모두 집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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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사표… 美, 요원 증파 검토

마약조직과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멕시코에서 마약갱단의 폭력과 보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한 도시의 경찰관 전원이 사직하는 일이 벌어졌다.

5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멕시코 북부 치와와 주 아센시온 시에 근무하는 경찰관 26명이 최근 동료 경찰관 2명이 마약갱단원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에게 살해되자 모두 사직서를 냈다. 현지 시장은 “경찰관들이 두려움에 싸여 모두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는 연방과 주 정부의 경찰 및 군이 투입돼 순찰을 돌고 있다. 아센시온은 시날로아라는 갱단이 마약밀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곳으로 지난 몇 주 동안 경찰관을 노린 표적 범죄가 잇따랐다.

멕시코에서는 2006년 12월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래 4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멕시코 정부는 사망자의 대다수가 세력 다툼 과정에서 살해된 갱단조직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군경 사망자도 2500여 명에 이르며 최근에는 무고한 민간인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만도 총 1만5273명이 숨졌는데 이는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자의 두 배가 넘는다. 멕시코가 ‘제3의 전쟁터’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4월에는 동북부 타마울리파스 주와 중서부 두랑고 주에서 총 300구가 넘는 집단 암매장 시신이 발견돼 국민을 경악시켰다.

미국은 멕시코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나 퇴직한 군요원, 사설 보안업체 직원을 멕시코에 증강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미국의 소수 CIA 요원과 퇴직 군요원이 멕시코의 군기지에 배치돼 마약 갱단조직 정보를 모으고 작전계획을 세우는 등 협력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 멕시코시티 한국기업 근무 교민, 괴한 총맞아 숨져 ▼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4일 한국 대기업에 근무하는 교민이 괴한에게 살해됐다.

7일 외교통상부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심 주거지역인 폴랑코에서 이날 오후 7시 40분경 한국 대기업인 D사의 현지 법인에 근무하던 교민 J 씨(36)가 집 부근 거리에서 총탄 6발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퇴근 후 좁은 골목길에 차를 세우고 내린 J 씨는 뒤따라오던 차에서 괴한이 쏜 10여 발의 총에 맞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현지 경찰은 사라진 금품이 없고 13발의 총격이 무자비하게 이뤄진 점으로 미뤄 단순 강도보다는 원한에 따른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사건 접수 후 범행현장을 확인하고 멕시코 시 당국에 철저한 수사로 범인을 검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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