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하마 ‘1982년 주민 2만여명 피살 대학살극’ 재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軍, 탱크 100여대 앞세워 점령… 시내 곳곳서 포격-조준사격

중동 반체제 운동 수난사를 상징하는 대표적 저항도시인 시리아 중부의 하마 시가 3일 정부 보안군에 끝내 점령됐다.

시리아 보안군은 100여 대의 탱크를 앞세워 지난 주말부터 하마 시에 진입해 200여 명에 이르는 시민을 학살한 후 시내 중심부 아시 광장과 인근 오론테스 광장을 3일 점령했다. 외신들은 6월 초부터 두 달간 시리아 반정부 시위의 거점이었던 아시 광장에 여러 대의 탱크가 배치돼 있다고 3일 전했다.

보안군 탱크들은 시내를 향해 포사격을 한 뒤 진입했고 시내 곳곳에 저격수가 배치돼 조준사격을 하고 있으며 터지면 산산조각이 나는 폭탄(집속탄으로 추정)으로 공격했다고 시민들은 외신에 전했다.

인권운동가로 자신을 소개한 오마르 하마위 씨는 AP와의 통화에서 “탱크 포격, 기관총 사격, 저격수의 조준사격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시내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으며 곳곳에 시신 더미가 널브러져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도 “옥상에 배치된 저격수 때문에 시신을 수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외출도 못한다”고 전했다.

하마 시에선 1982년 이슬람형제단 주도의 반란이 일어났고 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당시 하페즈 대통령은 주민 2만여 명이 숨지는 대학살 끝에 사태를 진압했다. 하마 시는 인구 80여만 명으로 주민 대다수가 수니파 무슬림인데, 현 집권세력은 시아파다.

현재 하마 시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상태다. 보안군이 몇 달간 시내를 봉쇄하고 외신 기자들의 출입을 차단했으며 며칠 전부터는 전기와 수도, 전화선도 차단됐다. 대다수 휴대전화는 충전이 불가능해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주민들은 탈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보안군의 포격과 사격으로 탈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