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말리아, 반군과 손 끊으면 다시 돕겠다”

  • 동아일보

“구호 두달간 3억달러 필요”… 반기문 총장 국제지원 호소

미국 정부가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소말리아 남부지역 구호에 나서기로 했다고 BBC가 21일 보도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슬람 반군 알샤바브에 구호물자가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소말리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 왔다. 하지만 수십만 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재앙 앞에서 견고하게 지켜오던 대테러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다.

미국의 해외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 도널드 스타인버그 부(副)처장은 “반군이 구호활동에 개입하거나 이로 인해 이득을 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대기근이 발생한 소말리아 남부 지역 구호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소말리아 남부 지역에 대한 일체의 경제적 지원을 중단한 것은 지난해 4월. 지원물자의 상당수가 이 지역을 장악한 테러단체 알샤바브의 수중에 들어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알샤바브가 서방 구호단체의 안전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나서면서 미국의 대응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조니 카슨 미 국무부 차관보는 19일 “알샤바브의 태도가 실제 바뀐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제 구호단체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알샤바브가 재난 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허용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했다. 만약 미국이 구호에 가세하면 유럽의 지원만으로 어렵게 버텨오던 이 지역 가뭄 극복에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소말리아 가뭄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선 앞으로 두 달 동안에만 3억 달러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엄청난 속도로 죽어가고 있어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동북부를 덮친 이번 가뭄으로 소말리아 인구 4분의 1이 난민으로 전락했으며 어린이들도 매일 1만 명에 4명꼴로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