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서기 1등, 시장 2등… 수영 실력도 계급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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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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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광저우 수질개선 홍보 주장강 수영대회 구설수

16일 중국 광저우 시에서 열린 수영대회에서 1, 2등을 한 장광닝 당서기(왼쪽)와 완칭량 시장(오른쪽). 사진 출처 중국 바이두(百度)
16일 중국 광저우 시에서 열린 수영대회에서 1, 2등을 한 장광닝 당서기(왼쪽)와 완칭량 시장(오른쪽). 사진 출처 중국 바이두(百度)
중국의 광저우(廣州) 시에서 공무원이 대거 참여하는 수영대회가 열렸다. 도심을 흐르는 강의 수질이 개선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강을 수영해 건너는 시민축제 같은 대회였다.

그런데 수천 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1, 2등을 시의 1, 2인자인 당서기와 시장이 나란히 차지했다. 게다가 시장은 수영을 배운 지 2주밖에 안 된 초보다.

광저우 시정부는 16일 오후 장광닝(張廣寧) 당서기, 완칭량(萬慶良) 시장 등 주요 공직자와 시민 등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800m 폭의 주장(珠江) 강을 수영해 건너는 대회를 치렀다. 광저우 시는 오염과 악취로 악명을 떨쳐온 주장 강의 환경이 개선됐다는 점을 선전하려고 2006년부터 매년 이 행사를 가져왔다.

이날 1위는 당 서열 1위인 장 서기가, 2위는 당 서열 2위인 완 시장이 각각 차지했다. 수영 초보인 완 시장은 부표를 잡고 헤엄쳐 2위로 골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장 서기와 완 시장은 서로 덕담과 칭찬을 주고받았고 주변 공무원들은 두 사람에게 찬사를 쏟았다. 장 서기는 완 시장에게 “짧은 시간에 수영을 마스터한 것이 역할모델이 될 만하다”고 축하했다. 완 시장도 장 서기의 놀라운 수영솜씨를 칭찬하면서 12일 동안 집중 훈련 때 격려해줘 고맙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공무원들이 상사 기분을 좋게 하려고 일부러 속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무성하다. 베이징(北京)에서 발행되는 신징(新京)보는 18일 “수영을 갓 배운 완 시장의 은메달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2009년 중국 한 지역에서 지방정부 간부들과 각계각층 3000명이 참가한 건강달리기대회가 열렸을 때 당시 골인 순서가 직급 순이었는데, 이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가 상사가 주목을 받게 하고, 상사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만 골몰하는 중국 관료조직의 구태가 여전함을 보여준 씁쓸한 사례라는 개탄도 나오고 있다. 경제는 욱일승천하며 대국이 됐지만 관료들의 의식수준은 여전히 낙후돼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위안웨이스(袁偉時) 중산대 교수는 “이번 행사는 잘 조율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주장 강의 수질이 정말 개선됐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쏠리고 있다. 완 시장은 주장 강의 수질이 6년 연속으로 4등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4등급은 공업용수로 적합한 수준이며, 수영을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행사 도중 한 남성이 급성 심근경색 증세로 사망하면서 이래저래 말이 많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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