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버냉키 한마디에 월가 ‘울고 웃고’

  • 동아일보

“추가 양적완화조치 준비안됐다”

‘다변과 지나친 솔직함은 중앙은행 총재의 덕목으론 적합하지 않은 걸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의 상반된 발언으로 뉴욕증시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춤을 췄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거리면서 그의 ‘직접 화법’이 도마에 올랐다.

버냉키 의장은 14일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현재로서는 미국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시장에 달러를 풀고 채권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제상황은 2차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던 지난해 8월에 비해 더 복잡하다. 연준은 경기회복세가 당초 예상과 일치하는지 향후 수개월간 지켜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월가의 양호한 실적으로 오름세를 타던 뉴욕증시는 곧바로 급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54.49포인트(0.44%) 내린 12,437.12에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 가치는 오르고 유가는 급락했다.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전날 하원에서 했던 말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의 말이 바뀐 이유는 전날 자신의 발언으로 시장의 기대가 너무 높아진 데 따른 부담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전날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경기둔화 양상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3차 양적완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냐’라는 한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단호하게 대답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뉴욕증시 등 세계 증시가 급등했다.

한편으로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집중적인 추궁에 버냉키 의장이 ‘꼬리를 내렸다’는 시각도 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14일 상원에서 버냉키 의장에게 “인플레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느냐”며 비판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시장의 지나친 기대가 부담스러워서였든 공화당 의원들의 비판에 한발 물러선 것이든 오락가락했던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