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어머니의 건강보험 둘러싼 진실공방

  • 동아일보

“치료비 안나와 고민 많았다”
“치료비 대부분 보상했다는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8년 대선 유세와 건강보험 개혁 추진 과정에서 자주 언급한 자신의 어머니가 겪은 경험담이 뒤늦게 언론의 사실 검증에 걸려 진실게임의 도마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보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어머니가 1995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몇 달 동안 보험회사가 치료비를 보상해주지 않아 고통받았다는 일화를 자주 소개했다. 타운홀 미팅 등에서 “어머니가 병원 침대에서 ‘치료비를 커버해줄 수 없다’는 건강보험 회사에서 보내온 편지를 읽으며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건보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대통령에게 많은 국민이 공감했고, 모순투성이 건보 제도에 공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의회와 치열한 공방 끝에 기존 병력에 관계없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건보개혁법 통과에 성공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의 작가 재니 스콧 씨가 올 5월 출간한 책 ‘비범한 여성: 오바마 어머니의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오바마 대통령 어머니 치료비의 대부분을 보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콧 씨의 책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어머니가 기존 병력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을 거부당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 건강보험을 온전하게 적용받았으며 거부된 것은 질병으로 일하지 못하게 됐을 때 급여를 보상해주는 신체장애보험(disability insurance)이었다는 것.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초부터 백악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해왔으나 백악관은 계속 침묵을 지키다가 13일 처음으로 공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닉 파파스 백악관 대변인은 스콧 씨의 주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 분명한 언급을 피한 채 “대통령이 말한 전반적인 요지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파파스 대변인은 “설사 작가의 주장이 맞는다고 해도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왜곡한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의 어머니는 건강보험이 완전하게 커버하지 못한 의료비용을 해결하느라 신체장애보험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이 건보개혁법 통과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어머니 이야기를 했을 때는 신체장애보험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백인 여성이며 인류학자였던 오바마 대통령의 어머니는 인도네시아에서 여성 관련 연구활동을 하다가 1995년 1월 하와이로 돌아와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11월 사망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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