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백악관서 ‘타운홀 미팅’… 트위터 토론 현장 직접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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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너 “일자리 어디에 있나” 깜짝 질의…
오바마 “편향된 질문” 받아쳐 웃음 유도

6일 오후 2시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 천장에는 화려한 3개의 샹들리에가 환하게 빛을 밝히고 있고 전면에는 고급스러운 금색 무늬의 커튼이 쳐져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요한 기자회견을 할 때 이용하는 이스트룸이 이날은 트위터를 이용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 평소 백악관 기자들이 앉던 좌석은 140석 모두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제공됐다. 미 전역에서 선발된 백악관 트위터 팔로어 30명이 초대 손님에 포함됐다.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백악관 이스트룸에 들어온 게 신기한 듯 휴대전화 카메라로 서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고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이날은 오바마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한 타운홀 미팅을 여는 날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트위터를 이용해 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처음이다.

사회는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 씨가 맡았다. 오후 2시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트룸에 입장하자 140명의 트위터 이용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며 박수로 대통령을 맞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서자마자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트위터에 질문을 남겼다. “재정적자를 감축하려면 어떤 비용을 절감해야 하고 어떤 투자를 남겨둬야 하는가.”

오바마 대통령이 도시 씨와 마주 앉아 이스트룸 중간에 있는 대형 TV 화면에 뜨는 트위터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타운홀 미팅은 진행됐다. 대통령이 직접 자판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 간담회 형식으로 즉석에서 일문일답하는 방식이었다. 질문은 화면에 실시간으로 떴으며 사회자인 도시 씨도 사전에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즉석에서 질문을 파악했다.

질문 분량은 140자 이내로 제한됐다. 백악관 오바마 대통령의 트위터 주소인 #AskObama에는 모두 6만여 개의 질문이 올라왔다. 백악관 트위터 팔로어는 230만 명에 이른다. 백악관 참모들이 질문을 선별했다.

1시간 10분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19개의 질문에 상세하게 답변했다. 마치 대학교수처럼 장황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혀 답변이 끝날 무렵엔 질문이 어떤 내용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오른쪽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에는 큰 미국 지도가 보이고 질문이 뜰 때마다 어느 주에서 나온 질문인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나온 듯한 공격성 질문은 오바마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임기 동안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재정적자가 늘었다. 리더십의 실패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자를 점진적으로 줄여가고 있다”고 응수했다.

9번째 질문자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트위터에 등장했다. 베이너 의장은 “우리를 더욱 깊은 빚더미에 앉게 하면서 돈을 흥청망청 썼는데 일자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웃으며 “존은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으로 이 질문은 약간 편향된 질문”이라고 대답하자 이스트룸엔 웃음이 넘쳤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퍼 씨도 질의자로 등장했다. 그는 “지난해 공화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부자감세를 해줬는데 공화당 반대로 정부 부채한도를 올리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의 실수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스트룸 왼쪽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선 트위터에 올라온 질문을 주제별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토픽 추적기(Topic Tracker)’도 마련됐다. 이날 질문은 일자리에 관한 것이 2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정부 예산 18%, 세금 17%, 교육 11%, 전쟁 6% 순이었다.

백악관(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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