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뉴스]美정치인 험한 말 할수록 정치모금액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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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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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짓말하고 있어(You Lie).”

2009년 9월 워싱턴 정치무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공화당 소속 조 윌슨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의회에서 건강보험 개혁 연설을 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의원석에서 냅다 고함을 질러 비난을 샀다. 하지만 그의 선거사무실에는 정치자금을 내겠다는 전화로 불이 났다. 그는 이 일이 있은 후 일주일 만에 무려 20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모았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정치의 품격이 높아지려면 정치인의 언어가 순화돼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선동적이고 도발적이며 논쟁적인 말을 많이 하는 정치인일수록 캠페인 자금을 많이 모으고 인기가 높은 게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치인들은 특히 선거 때가 되면 ‘돈 되는 험한 말 던지기(money blurt)’ 유혹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에서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떠오른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미네소타)은 지난해 7월 티파티 코커스를 홍보하기 위해 뉴스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은 유아병적이다” “그는 미국을 노예국가로 만들고 있다. 탄핵돼야 마땅하다”는 독설을 퍼부은 후 9월까지 500만 달러 이상의 정치자금을 모았다. 2008년 10월에는 TV에 나와 “오바마 대통령은 반미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발언을 한 후 몇 주 만에 100만 달러를 모았다.

2009년 10월 앨런 웨스트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도 유세 기간에 티파티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이라크전 참전을 옹호하며 “미국인들은 총을 메고 칼을 빼들고 진군해야 한다”고 연설한 게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몇 주 만에 10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모으고 선거에도 당선됐다. 유튜브 클릭 건수는 100만 건을 넘었다,

민주당 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2009년 9월 앨런 그레이슨 하원의원(플로리다)은 의회에서 공화당의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해 “‘아프지 말라. 그래도 아프게 되면 빨리 죽는 게 낫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도 거부한 그는 몇 달 만에 10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모았다.

험한 말의 위력을 알고 있는 정치인들은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날이면 아예 정치자금 모금담당 전화 직원을 늘려 배치하기도 한다. 미국 선거자금연구소(CFI) 마이클 말빈 소장은 “(돈도 돈이지만) 짧고 간결한 독설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퍼져 나가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발언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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