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는 핵심이익”… 中, 美개입에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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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장, 亞안보회의서 강조
美 “영유권 갈등 다자 합의를”… 베트남-比 “中 군사팽창 우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핵심 이익(Core interest)’을 다시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필리핀 베트남 등 이해 관계국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은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대화)에서 국제안보협력을 위한 4대 원칙을 제시하면서 그 첫 번째로 ‘상호 존중과 평등 대우, 상대국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에 대한 주의’를 들었다.

이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논쟁이 필요 없는 주권’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자 영유권 분쟁이 치열한 남중국해에 미국 등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량 부장은 또 ‘제3국을 겨냥한 동맹 금지’를 강조했는데 이는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합작해 중국에 맞서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사실 중국은 2009년 11월 이전에는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대만과 티베트, 신장위구르만 거론했다. 그러나 같은 달 채택된 미중 공동성명에서 “미중 양국이 모두 상대방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것이 양국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에 아주 중요하다”는 문장이 명기된 것을 계기로 핵심이익 보장을 적극 강조해왔다. 마침내 2010년 초부터는 “남중국해가 중국의 핵심”이라는 주장을 본격화함으로써 주변국과 마찰을 야기했다.

그러자 미국도 ‘강수’로 맞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미국은 남중국해의 항해의 자유에 국가적 이해가 걸려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과 군사훈련을 했고 핵 협력까지 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결국 중국은 한발 물러섰고 올 1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채택된 미중 공동성명에서는 핵심이익이라는 단어가 자취를 감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잠잠해지는 듯했던 중국의 핵심이익 주장이 량 부장의 샹그릴라대화 연설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베트남 풍꽝타인 국방장관은 “지난달 26일 중국 선박이 베트남 석유 시추선의 케이블을 절단하는 등 시추활동을 방해한 사건 등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하노이에서는 이날 300여 명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중국의 주권 침해에 항의했다.

필리핀의 볼테어 가즈민 국방장관도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난사(南沙·스프래틀리) 군도 내에서 석유 굴착시설 건설을 위한 준비작업에 나섰는데 그런 행동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항의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핵심이익을 다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남중국해의 영토 갈등 해결을 위한 ‘다국적 합의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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