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인 아랍에미리트가 미국의 거대 민간 군사기업 블랙워터와 손잡고 정예 용병부대를 비밀리에 운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랍에미리트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를 휩쓸고 있는 민주화 시위가 자국에서도 격화될 경우 이 부대를 시위 진압에 투입한다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입수한 관련 자료를 인용해 블랙워터가 아랍에미리트 요청에 따라 최근 800명 규모 용병부대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2004년과 2007년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학살해 논란에 휘말렸던 블랙워터 설립자 에릭 프린스 씨는 미국 내에서 법적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에 정착했다. 이후 아부다비의 왕자에게 고용돼 용병부대 창설을 주도했다고 NYT는 전했다. 아랍에미리트는 부대 창설을 위해 5억2900만 달러(약 5740억 원)를 블랙워터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는 시위 진압 외에 아랍에미리트 내 초고층 빌딩과 송유관 보호 임무도 맡을 계획이다.
블랙워터는 오사마 빈라덴 사살로 유명해진 미군 특수부대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특수부대 출신들을 교관으로 영입해왔다. 또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선발해온 지원자들을 집중 훈련시키고 있다. 이 회사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남미에서까지 용병을 모집하는 것은 이슬람 신도는 절대 용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엄격한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는 이 부대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해외 출신 용병들을 건설노동자인 것처럼 신분을 세탁해 자국으로 입국시켰으며 아랍에미리트 정보부 요원들이 이들의 비밀 입국을 돕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용병들은 높은 콘크리트 담과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는 사막지역의 기지에 주둔하고 있으며 기지 내부에는 막사와 식당, 수송부 등의 건물이 있다는 것.
NYT는 “중세 왕들과 아프리카 독재자들이 용병에게 의존한 것처럼 아랍에미리트도 용병을 적극 활용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가 미국의 우방이기는 하나 블랙워터가 창설한 이 부대가 미국 국내법을 위반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내법은 국무부의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미 국민이 외국 군대를 훈련시키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 측은 이와 관련해 “블랙워터의 아랍에미리트 용병 훈련이 미국 법을 위반하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