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률 55% ‘불량학교’→ 美 최고공립高 만든 A B C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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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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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가 1위로 최종 선정한 부커 T 워싱턴高 비결은
Advanced·고급과정 강의 Beloved·지역사회 사랑
Confidence·학생 자신감 심기 Divide·신입생 남녀 구분 수업

‘전국에서 14번째로 범죄발생률이 높은 지역, 학생 70%가 한부모 슬하, 10대의 높은 임신율, 가구 연평균 소득은 1만734달러….’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있는 테네시 주 멤피스 소재 부커 T 워싱턴고교가 미 최고의 공립고교에 선정됐다.

▶본보 4월 23일자 A1면 美 최고 공립高는? 오바마도 한표!

백악관은 1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립학교 개혁프로그램의 일환인 ‘정상을 향한 질주(Race to the Top)’의 최종 승자로 부커 T 워싱턴고교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앨리샤 키너 부커 T 워싱턴고교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학교가 결선에 오른 나머지 5개 고교를 물리치고 1등으로 뽑혔다고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상으로 이달 20일 열리는 이 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다.

미시시피 강 근처의 멤피스에 위치한 이 학교의 교육환경은 한마디로 열악하기 그지없다. 10대 임신과 에이즈 감염, 학교폭력 등으로 얼룩진 역사를 갖고 있다. 학교 주변에는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전교생이 흑인이고 빈곤층 자녀가 많아 학생 98%가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멤피스 시가 마련한 공공주택 건설 프로젝트에 따라 지난달 12일 노후화된 학교 주변 주택을 허무는 바람에 전교생의 20%는 주변의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3년 전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아이들의 교육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이 지역사회에서 일었고, 이에 힘입은 키너 교장은 교육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독려했다. 우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신입생은 남녀로 구분해 수업을 받도록 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관심사를 유심히 살피고 이들이 학업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가르치고 이끌었다. 영어와 수학 과학 등 핵심 교과목에는 최고의 교사를 배치했다. 대학 과정을 준비하는 고급 과목(AP)에 대한 수강 기회도 늘렸다. 공부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 관심을 보이고 교사들이 이끌어주면서 이 가난한 곳의 학교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2007년 55%에 불과하던 졸업률은 지난해 82%로 뛰어올랐다. 2005년에 4%에 불과했던 대학진학률은 지난해 70%로 상승했다. 올해는 이 학교 졸업예정자 37명 모두가 대학 진학에 상공했다. 수학 성적은 주 평균보다 20% 높다. 멤피스 공립학교에서 출석률은 가장 높고 폭력사고 발생 빈도는 가장 낮아졌다.

이 학교의 개혁은 현재진행형이다. 키너 교장은 “오늘은 우리 학생과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이라며 “교육개혁을 시작하면서부터 멤피스 지역주민들에게서 많은 사랑과 격려를 받아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상을 향한 질주’ 프로그램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립 고등학교 개혁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단순히 대학진학률이 높은 학교를 고르지 않고 재학생의 학업성적과 지도방식의 창의성, 진학 향상률 등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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