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세기의 결혼식’]잉글랜드 장인이 한땀한땀… 신부는 ‘꽃’을 입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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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트의 웨딩드레스

“당신 아름다워!(You look beautiful)”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본 윌리엄 왕세손의 첫마디다. 신부 캐서린(케이트 미들턴 씨의 정식 이름)의 아이보리색 웨딩드레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졌다. CNN 해설을 하던 의상디자이너 베라 왕 씨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에요! 너무 앞서가지도, 너무 구식이지도 않아요”라며 우아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부드럽고 광택이 나는 새틴 소재의 드레스는 목 부위가 깊게 파여 있고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며 엉덩이 부분에서 자연스레 퍼지는 모양이다. 꽃 모양의 디테일을 살린 레이스 아플리케 소매가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드레스의 레이스는 왕실 수예학교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자들은 30분마다 손을 씻었고 바늘은 3시간마다 교체했다. 스커트 부분은 ‘활짝 핀 꽃 모양’을 형상화한 흰색 가자르(반짝거리는 동전 모양의 금속으로 장식한 얇은 견직물) 소재였다. 드레스는 옷자락을 모두 합쳐 270cm로 엘리자베스 여왕(약 450cm)과 다이애나 왕세자비(약 750cm) 때보다 훨씬 짧았다.

자연스럽게 풀어 내린 머리 위엔 예상대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티아라인 1936년산 카르티에 ‘할로’가 실크로 만든 베일을 고정했다. 화장도 일반적인 청순한 신부 화장이 아니라, 평소처럼 직접 스모키 화장을 해 자신의 성격과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떡갈나무 잎을 본뜬 다이아몬드 귀고리는 로빈슨 펠럼의 작품으로 캐서린의 부모가 결혼식을 기념해 딸에게 선물했다. 백합과 히아신스로 어우러진 방패 모양의 부케도 눈길을 끌었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드레스 디자이너는 세라 버턴 씨(36)로 밝혀졌다. 버턴 씨는 작년 2월 세상을 떠난 영국의 천재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의 수제자. 왕실 결혼식 공식 홈페이지는 캐서린이 전통과 모더니티가 예술적으로 결합된 드레스를 원했으며 버턴 씨가 드레스 작업을 하는 내내 긴밀하게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패션트렌드정보회사 ‘Pfin 스타일피쉬’의 이수미 스타일 큐레이터는 “허리를 조여 주면서 스커트가 확 펼쳐지고 스커트단은 직선적으로 재단돼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마치 미래 세계를 그린 영화에 나오는 유니폼 같은 느낌”이라며 “‘건강한 고전미’를 발산했다”고 분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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