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사이프 vs 4남 무타심… 리비아 ‘왕자들의 난’ 불 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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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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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 ‘민주국가 전환’ 제안… 무타심측 강력반발 긴장고조‘카다피 누구 편 들까’ 촉각

‘이너서클(핵심층)’ 붕괴 위기에 처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내에서 ‘왕자들의 난(亂)’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핵심 인물들의 해외 망명으로 자연스럽게 카다피 아들들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이 리비아를 헌법을 갖춘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시키는 안을 최근 꺼내들었고 3남 사디도 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다피의 7남 1녀 중에서 특히 강경파로 분류되는 4남 무타심과 6남 카미스는 사이프의 제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이프가 내놓은 제안의 골자는 아버지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고, 리비아를 입헌민주정체로 전환해 다음 통치자가 헌법에 정해진 임기만큼 재임하는 서구식 권력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현재 리비아에는 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전환 작업이 진행되면 과도기에는 사이프가 아버지를 대신해 국정을 책임지게 된다. 사이프와 사디 측 관계자는 “두 아들은 아버지 없이 나라를 바꾸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4일 카다피 정권 핵심층에서도 이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이프의 제안은 그가 수년 전부터 언급해온 ‘임기제 도입’ 주장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사이프는 종종 “아버지는 역사적으로 특별한 존재”라며 “리비아의 차기 지도자는 헌법에 정의된 법적 체제 안에서 정해진 임기만큼 재임하도록 선출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사이프의 제안에 대해 카다피가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이프와 사디의 한 측근은 뉴욕타임스에 “카다피가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타심과 카미스의 반발로 카다피 일가 내에서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무타심은 후계자 자리를 놓고 사이프와 치열하게 경쟁해온 인물이다. 러시아에서 특수군사훈련을 받은 카미스는 최정예 부대인 제32여단을 이끌고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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