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언론인 캐럴 오프는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한 뒤 ‘나쁜 초콜릿(Bitter Chocolate)’이라는 책을 썼다. 달콤한 사랑의 메신저, 초콜릿이 왜 씁쓸하다는 걸까. 세계 최대 초콜릿 원료(코코아) 생산국인 아프리카 서북부 코트디부아르의 최근 정세에 답이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를 지지하는 코트디부아르 반군은 3월 30일(현지 시간) 행정수도 야무수크로를 점령한 데 이어 경제수도 아비장을 향해 진격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과 그의 부인, 최측근 3명의 여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를 실시했다. 그바그보 대통령이 집권한 지 10년 만이었다. 투표 결과는 북부 출신 와타라 전 총리의 승리였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그의 승리를 공인했다. 그러나 남부 출신인 그바그보 대통령은 “반정부군이 부정 선거를 저질렀다”며 헌법재판소를 동원해 선거 결과를 뒤집었다. 와타라 전 총리와 그바그보 대통령은 각자 대통령 취임식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군이 와타라 전 총리 지지를 선언하면서 2007년 이후 잠잠했던 내전이 다시 불붙었다.
다시 불붙은 내전은 ‘초콜릿 전쟁’이었다. 그바그보 대통령은 1월 코코아의 해외 수출을 금지하면서 반정부군의 돈줄을 끊었다. 반정부군은 2002년부터 코트디부아르 전체 코코아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북부지역 코코아 농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 세계 코코아의 40% 이상을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가 수출을 멈추자 가격은 계속 올랐다. 코코아 가격은 3월 4일엔 1979년 이후 최고 수준(t당 3586달러)으로 올랐으나, 3월 30일 유엔 안보리 제재안이 나오자 석 달 만에 내렸다. 반정부군은 이날 최대 코코아 수출항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독자적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군과 반정부군 중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코코아 농장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사정은 변함이 없다. 코코아 농장에서는 인신매매와 혹사, 강제 노동이 성행하고 아동 착취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12∼14세 어린이 30만여 명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 북부 주민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그바그보 대통령 밑에서 우리는 2등 시민으로 살았다. 그렇다고 불법 코코아 거래로 몸집을 키워 폭력을 일삼는 반정부군 밑에서 살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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