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원전 공포증’ 국내서도 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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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던 유치전, 냉각 모드로… 강원지사 선거 핫이슈 부상
학계 “정서 알지만 건립 필요”

17일 오전 경주핵안전연대는 경북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명 연한인 가동 30년을 앞둔 월성 1호기를 영구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핵안전연대 측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에서 분명히 보듯 노후한 원전일수록 지진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만큼 수명 연장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부산환경운동연합과 울산시민연대 등 부산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은 16일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앞에서 회견을 열어 “후쿠시마 원전 참사는 한 지역에 대규모 원전을 집중 건설하고 무리하게 수명을 연장한 것이 원인”이라며 고리 원전을 추가 건설하려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원전 사고로 국내에서 ‘원전 포비아(phobia·공포증)’가 고개를 들면서 원전 반대 기자회견과 시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설비 비중을 41%로 늘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감소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이번 원전 사고로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추가로 건설할 원전을 유치하려는 지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4개의 원전 건립 후보지 모집에 신청서를 낸 강원 삼척시에서는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재정적 혜택보다는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척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는 찬성률이 96.9%에 이른다며 원전유치 결의대회를 열었지만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위원회는 찬성률이 과장됐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도 이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은 안전성을 전제로 원전 유치에 찬성 입장이지만 최문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후보들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민주노동당 배연길 예비후보는 “원전 유치는 ‘독이 든 성배’”라며 반대 입장이다. 경북 울진군과 영덕군도 주민 및 지방의회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유치 신청을 했지만 앞으로 여론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렵다.

과학계에서는 지나친 원자력 반대 정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는 “일본의 원전 사고를 교훈으로 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현재 원전에 대한 국민 감정이 좋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간다”면서도 “신재생에너지가 20% 이상 에너지를 대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비용과 환경 모두에서 강점을 지닌 원전은 불가피한 에너지 대안”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경주=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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