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상상도 못한 한국인의 따뜻한 위로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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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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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40년 인연’ 노무라 모토유키 씨 감사편지

“한국인들의 따뜻한 안부 전화와 e메일을 받고 아내와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참사로 일본 국민의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목사이자 사회운동가로 한국에서 활동했던 일본인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地·80·사진) 씨가 한국의 온정의 손길에 감사의 뜻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

노무라 씨와 한국의 인연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라 씨는 1968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1973년부터 1985년까지 50여 차례나 대한해협을 넘나들었다. 일본 내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목격한 뒤 노무라 씨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한국인에 대한 봉사활동을 결심했다. 빈민운동의 대부로 불렸던 고 제정구 국회의원과 함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를 중심으로 청계천 일대에서 빈민구호활동을 벌이며 바쁜 일정 중에도 틈틈이 청계천변을 비롯한 서울 도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2007년에는 청계천 문화관에 자신이 찍은 사진과 청계천 관련 자료 2만여 점을 기증하면서 많은 한국인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처럼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노무라 씨는 동일본 대지진 다음 날인 12일 의료복지법인 푸르메재단의 백경학 상임이사(48)에게 자신의 안부와 현지 상황을 상세히 전하는 e메일을 보내왔다. 편지에서 노무라 씨는 지진 때문에 전기 공급과 수도가 끊겨 어둠 속에서 목욕도 할 수 없고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어려움을 “북한에 사는 많은 민중과 같은 생활을 오늘밤 보내게 될 것 같다”고 비유했다. 다행히 노무라 씨와 가족들은 이번 대지진으로 인명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고 전해왔다.

백 이사는 곧바로 e메일로 깊은 위로의 마음을 담은 답장을 보냈고 노무라 씨는 13일 일본 국민이 겪고 있는 대지진 피해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는 내용의 e메일을 재차 보내왔다. 그는 답장에서 “과거에, 현재에 도달할 때까지 이 나라(일본)가 한반도에 살고 계시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사죄나 보상도, 필요성조차도 알지 못하는 일본의 오만불손한 태도가 부끄럽다”며 “이름도, 지위도 없는 그런 우리에게 따뜻한 말을 전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라고 밝혔다.

노무라 씨와 푸르메재단은 2009년 소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저자 임정진 소설가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 장애인 재활병원 설립을 목표로 세워진 재단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 일생을 보낸 노무라 씨는 궁합이 잘 맞았다. 이후 노무라 씨는 꾸준히 백 이사와 e메일을 주고받아왔다.

노무라 씨는 13일 저녁 한국 긴급구조대가 일본에 도착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며 “감격과 감동 그 자체였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편지에 옮기기도 했다. 또 “앞으로 보다 건설적이고, 상식적인, 그리고 희망이 흘러넘치는 한일 간의 교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글 말미에 이렇게 남겼다. “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 한국의 여러분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에 행복합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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