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센다이 훈훈한 자원봉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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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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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이라도 더 먹을 수 있게 배급음식 덜어…
하루종일 이재민 식사 준비하다 실신하기도

황태훈 기자
황태훈 기자
“우리 가게는 먹을 게 많잖아요. 밀가루 달걀 우유 등 파이 만드는 재료를 더 어려운 처지의 이웃에게 나눠 주자고 생각했죠. 지진으로 상처받은 이웃이 맛나게 먹을 때 행복해요.”

일본 센다이(仙臺) 시 미야기노(宮城野) 구의 ‘스가와라’라는 파이가게를 5대째 잇고 있는 스가와라 노리코(菅原德子·50·여) 씨는 대지진 직후 친척과 연락이 끊겼다.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자녀와 연락조차 할 수 없다. 15일 만난 그는 가게 문을 닫을까 고민도 했지만 그럴 순 없었다고 말했다. 주위 학교로 대피한 이웃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에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얘기다. 12일부터 오전 9시∼오후 6시 파이와 달걀 국물을 무료로 제공했다. 음식을 먹고 떠나는 이에게 “내일 또 오라”고 했다. 다섯 식구가 사는 자신의 집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재워 줬다. 지금은 10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우리도 먹을 게 부족합니다. 그래도 더 힘든 이웃을 내칠 순 없었어요.” 미야기(宮城) 현 와카바야시(若林) 구 미나미자이모쿠(南材木)의 상인연합회 오기노 마사히로(荻野正浩·86)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덮친 후 가스와 수돗물은 끊겼다. 편의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당장 먹을 게 없다.

그럼에도 오기노 회장은 “이웃은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역 상점이 살아온 건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상인연합회는 대지진 당일 이재민 1000명과 주민 500명의 밥을 챙겼다. 일부 자원봉사자는 아침저녁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다가 실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원을 비롯한 자원봉사자의 수는 계속 늘었다. 센다이와 고베 시청 관계자들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15일 상인연합회 관계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도 소학교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 200여 명의 식사가 끝나자마자 이웃 주민 300여 명의 무료 배식을 준비했다. 메뉴는 미소시루(된장국)와 김밥.

배식에 앞서 한 자원봉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음식이 한정돼 있습니다. 집에서 조리가 가능한 분들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양보해 주세요. 힘을 합쳐야 삽니다.”

주민들은 이웃 한 명에게라도 배식이 더 가도록 자신이 받은 양을 덜어냈다. 한 주민은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빵과 바나나를 건네기도 했다. 오기노 회장은 “이 지역에는 가스와 물이 나오지 않아 조리를 할 수 없다”며 “집에 있는 식재료를 지원받아 음식을 만든다”고 전했다.

미야기=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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