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8% 성장 원칙’철회]“민생없이 안정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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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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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챙기는 질적성장으로 선회

《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5일 발표한 12차 5개년 규획에서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을 7%로 낮췄다. 그동안의 고속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동산가격 억제를 중심으로 한 물가 억제와 일자리 만들기 등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는 ‘민생 보장 없이 사회 안정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7대 전략적 신흥산업을 선정해 육성키로 한 것은 중국이 지난해 세계경제 2위국으로 올라섰지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고도화된 경제로 가는 행보의 고삐는 늦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중국이 앞으로 5년간 평균 7%의 성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은 중국 경제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경제전략 변화도 읽을 수 있는 키워드다.

중국은 매년 대학 졸업생과 농촌에서 도시로 밀려드는 농민공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큰 과제였다.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800만 개가량의 새 일자리 마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 8%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국 경제학자들의 일반적 시각이었다.

2008년 하반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경제 침체가 우려되자 중국이 2009년 경제성장 목표를 8%로 정하고 ‘바오 바(保八·8% 성장 유지)’를 외친 것도 그 때문이다. ‘8% 성장’은 ‘자전거 타는 코끼리인 중국’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 속도라는 말도 나왔다. 너무 늦으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진다는 것. 중국이 언제까지 이런 고속 성장을 지속할지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이 자발적으로 7%로 감속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원 총리는 지난달 27일 누리꾼과의 대화에서 “환경을 희생한 맹목적 성장은 생산 과잉을 초래하고 자원 압력을 가중시켜 지속 성장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12차 5개년 규획 첫해인 올해 성장률은 8%로 잡았다.

중국은 고속 성장 과정에서 빈부격차와 환경오염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8% 성장’에 집착하지 않은 것은 이제는 감속하면서도 더욱 질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이 수출 및 교역 상대국 1위인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악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민생강화 민심 달래기… ▼
서민주택 1000만채 공급… 중산층 稅부담도 줄여


원 총리는 국정보고에서 민생 챙기기를 강조하면서 올해 첫 번째 중점 사항으로 물가 관리를 들었다. 평범한 직장인이 20년 넘게 일해도 집을 마련할 수 없는 등 부동산가격 상승이 국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물가 상승의 원인에는 석유 등 에너지가격 상승도 있지만 곡물 채소 등 생필품가격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원 총리가 올해 물가상승률을 4%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제시한 3%보다 1%포인트 높다.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9%에 이르는 등 지나치게 낮게 잡으면 오히려 불신만 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 총리는 또 서민용 주택 1000만 채를 공급하고 지자체별로 부동산가격 억제 목표를 정하며, 실적이 부진하면 해당 공무원을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가격 상승의 책임을 물어 처벌 방침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올려 저소득층의 수입을 올리는 한편 소득세 면제점을 상향 조정해 중산층 이하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원 총리는 “국민의 보건 및 생활 개선으로 앞으로 5년 동안 ‘국민의 평균 수명을 한 살 올리겠다” “농촌 부녀자의 병원 분만율을 95% 이상으로 하겠다”는 등 체감적인 민심 달래기 방안도 내놨다.

또한 청렴정부 건설을 강조한 것은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욕구를 누그러뜨리겠다는 목적이 강하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이 지속적이고 건전한 경제 성장에도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청렴정부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예산 내용을 공개해 정부가 돈을 어디에 쓰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 범위도 확대된다.
▼ 경제 업그레이드 ▼
IT-바이오-신소재 등 7대산업 육성 경쟁력 강화


원 총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신흥 7대 산업으로 정보기술(IT)과 접목한 제조업 업그레이드,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산업, 신에너지 산업, 바이오 산업, 첨단설비 제조 산업, 신소재 산업,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등을 제시했다.

기존의 전통적 제조업 강국에서 벗어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은 이 같은 산업 육성과 경제구조 전환을 통해 ‘중국 특색의 새 공업화’의 길을 걸어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원 총리는 “중국의 장기적 선순환 발전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며 “시장 수요 잠재력이 거대하고 자금이 충분해 12·5 규획 기간 중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기회를 맞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대외경제硏 양평섭 박사 “12차 5개년 규획은 내수강화 포석… 한국기업들 중국시장 파고들어야” ▼

“중국이 변화하는 방향에 맞추지 않으면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발상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北京)사무소 대표인 양평섭 박사(사진)는 “중국의 12차 5개년 규획은 1978년 개혁 개방 이후의 발전 방식에 대한 30여 년 만의 큰 전환으로 ‘제2의 개혁’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이 수출 위주에서 내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려고 하기 때문에 중국을 수출을 위한 제조업 기지로 삼으려는 진출보다 내수 시장을 파고드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은 중국의 제조업 기반을 토대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겠지만 상당수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따라서 중국 시장 자체를 파고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사업 단위별로 매출은 크지 않지만 중국 내 매출의 95% 이상을 내수 시장에서 올리고 있는 CJ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또 중국이 내수 확대와 지역 균형 발전, 서부 대개발을 위해 중서부 내륙에 대한 지원도 늘리고 이 지역 시장도 커지는 만큼 공략 지역 전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박사는 특히 중국의 7대 전략적 산업 중에는 전기자동차나 신재생에너지 등 한국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분야와 겹치는 것이 많아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함께 개발해 시장을 만들어가는 파트너가 되거나 아니면 경쟁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분야는 서둘러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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