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軍은 “별보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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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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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 이권 챙기던 軍 실체 공개

중동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이 마시는 생수는 누가 공급할까. 정답은 이집트 군이다. 이집트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사피 생수(Safi Water)’가 중동지역 미군 수천 명의 갈증을 달래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재임 시절 베일에 감춰져 있던 이집트 군 이권 사업의 내막을 들춰냈다. 이집트 군은 자동차부터 빵까지 만들지 않는 게 없지만 이집트인들도 실체를 잘 모른다고 FT는 전했다. 1956년부터 군에 대한 언론 보도를 일절 금지했기 때문이다. 한 이집트 사업가는 “군이 운영하는 어떤 회사가 무엇을 만드는지, 어떤 회사가 흑자를 내는지 전혀 모르는 블랙박스”라고 말했다.

이집트 군은 1979년 캠프데이비드 협정 체결 이후 본격적으로 이권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스라엘과 평화 관계를 구축하게 되자 군수품 공장에서 일반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 탱크를 만드는 회사였던 ‘아랍 산업화 기구’는 미국 크라이슬러사와 합작해 자동차와 세탁기를 만들고 있다.

1980, 90년대 부동산 사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샤름 알셰이크 같은 홍해 연안 휴양지는 이때부터 군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FT는 위키리크스 외교전문을 인용해 “부동산은 군이 무바라크 체제 안정을 보장하는 대신 받은 반대급부”라고 평했다.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군을 정치에서 배제시키자 장교들도 진급보다 돈을 좇으며 현실에 적응했다. 클럽을 운영하거나 주택 임대사업에 뛰어들어 지갑을 채워 나갔다. 독자 상표를 내건 콩이나 쌀을 파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장교도 있었다. 그러나 이집트 군은 휴대전화, 석유, 천연가스 등 국가 기간산업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대신 통신 주파수 대역을 관리하고 중장비 수입을 통제하며 수수료를 챙겼다.

민주화 시대에도 이집트 군은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 FT는 한 이집트 사업가의 말을 인용해 “이집트 군은 민간기업의 경쟁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군이 민정 이양까지 유예기간 6개월을 둔 것도 이권 사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 해군대학의 중동 전문가인 로버트 스프링보그 교수는 “군부는 자신들의 기득권과 권한에 도전하지 않는 대통령후보가 나온다면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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