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물결속, UAE는 ‘무풍지대’…배경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8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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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기반 풍요에 국민 충성도 높아
정당.시민단체 부재로 시위 주도세력 없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휩쓸고 있는 반(反) 정부 시위사태가 아라비아반도 왕정국가에까지 상륙한 가운데 현재까지 시위 `무풍지대'로 남아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아랍에미리트(UAE)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등 아라비아반도 산유부국들이 반 정부 시위에 직면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는 달리 평온하다.

카타르에서도 반 정부 시위가 현재까진 없긴 하지만 페이스북에서는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국왕의 퇴진을 촉구하는 글이 오르고 있어 아라비아반도에서는 UAE가 유일하게 시위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UAE는 이웃의 정변에 크게 동요하지도, 우려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국영 언론매체조차 리비아, 바레인 등의 시위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는 대목에서는 시위의 영향이 자국에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UAE가 이처럼 시위 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은 막대한 오일머니 덕분에 경제적 풍요가 지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충성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인구가 600만 명인 UAE의 1인당 GDP는 5만5000달러에 이른다. 사우디에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높은 실업률이나 빈부격차 문제도 이곳에서는 체감하기 힘들다.

국민은 아랍권의 변방에 불과했던 UAE를 중동의 무역, 금융, 교통의 허브로 성장시킨 현 정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UAE는 1971년 영국 보호령에서 벗어난 뒤 현재까지 40년간 수도 아부다비의 알-나흐얀 가문이 최고 권력을 독점하고 있지만 불만을 갖고 있는 국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건국 이후 33년간 통치한 셰이크 자이드 초대 대통령은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고, 그가 서거한 뒤 2004년 대통령직을 승계한 아들 셰이크 칼리파 현 대통령과 후계자인 이복동생 셰이크 모하메드 왕세제 또한 국민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바레인 시위사태의 한 원인인 수니-시아파 간 갈등도 이곳에서는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수니파 국가인 UAE에서 시아파는 전체 인구의 16%로 소수지만 공직 채용이나 부의 분배에 있어 별다른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있다.

또 UAE에서는 사실상 종신제, 세습제에 따라 대통령직이 결정되고 의회 기능을 대신하는 연방평의회가 입법기능 없이 단순 자문기구에 그치고 있지만,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없어 개혁을 촉구할 대안 세력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전체 인구의 80%가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시위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건설현장에서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소규모 집회가 극히 드물게 열리지만 UAE의 정책이나 시책에 반대하는 시위는 아니다.

외국인의 경우 정부가 거주비자를 말소하고 추방조치를 취하면 그대로 생계 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반하는 시위를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7개 지방정부로 느슨한 연방제를 택하고 있어 아부다비와 두바이에 부가 편중돼 있는 점은 여타 지방정부 주민들의 불만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로 남아 있다.

수도 아부다비는 연방 정부 예산의 70%를 부담하고 있지만 UAE 전체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의 94%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칼리파 대통령도 2009년 건국 38주년 연설에서 연방의 통합 강화를 집권 2기의 최대 국정 운영 과제로 천명한 바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전역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반 정부 시위의 후폭풍이 UAE만 빗겨가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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