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트리폴리 ‘피의 금요일’]광장에 나온 카다피 건재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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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앞서 열변… TV 중계
“모든 가구에 45만원씩 지급”… 뒤늦게 환심성 조치 쏟아내

트리폴리 도심에서 정부군과 용병들이 시위대에 발포한 후인 25일 밤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가 갑자기 녹색광장을 굽어보는 붉은성(城) 성곽 위에 나타났다. 털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차림의 그는 자신의 사진과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흔들며 “리비아는 카다피를 사랑한다. 우리는 시위대와 싸워 이길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시위대에게 복수하라. 무기 창고는 나를 위해 싸우려는 이들에게 열려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무기고를 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영 TV가 생중계했다.

앞서 그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25일 방송된 CNN튀르크 방송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결코 리비아의 원유시설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권 붕괴 상황과 관련해 ‘예비계획(backup plan)’을 갖고 있다며 “플랜 A, 플랜 B, 플랜 C 모두 리비아에서 살고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국영 TV는 이날 모든 가구가 식량보조금 500리비아디나르(약 45만 원)를 지급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일부 공무원의 급여가 150% 인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 환심을 얻기 위한 조치를 뒤늦게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전국 곳곳에서도 국지전이 벌어졌다.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자위야에서는 24일 4시간 동안 이어진 교전으로 100여 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쳤다. 정예군대와 용병부대로 이뤄진 카다피군은 대공무기와 자동화기 등을 동원해 자위야 이슬람사원에 모여 있는 반정부 시위대 2000여 명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시위대는 일부가 총과 칼로 무장하고 있었으나 화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고, 카다피군이 발사한 대공미사일에 사원의 첨탑이 파괴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카다피군은 결국 자위야를 되찾는 데 실패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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