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투자유치 위해 稅혜택… ‘이슬람 채권법’ 정국 돌발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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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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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석유자금(오일 머니)을 유치하기 위해 이슬람 채권에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 채권법안) 처리가 2월 정국의 돌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로 주목


이슬람 채권(일명 스쿠크) 법안은 지난해 12월 3일 여야 합의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한전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수주액 186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한전이 28년 동안 UAE에 빌려주기로 했다”는 미공개 합의가 최근 언론에 공개되면서 관심사로 떠올랐다. 28년짜리 장기 채권을 살 전주(錢主)를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이슬람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UAE 측에 빌려주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과 UAE 정부는 원전사업 자금조달 방식을 협의해 왔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2월 국회 1순위 법안”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에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15개 핵심 법안을 보고하면서 이슬람 채권법을 1순위로 적시했다. 그만큼 정부가 시각을 다투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기존 법안 대신 새로 개정안을 만들기로 했다. 당초 썼던 ‘종교’라는 단어를 모두 삭제하고, 주요 내용은 법안에 담지 않고 하위 규정인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위임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슬람 채권법의 종교적 색채를 빼고, 과도한 혜택 및 이슬람 자금의 불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이슬람 채권법이 뭐기에


이슬람 교리는 ‘돈으로 돈을 버는’ 이자 소득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슬람은행은 이자 액수만큼의 다른 소득을 보장받는다. 기업이 이슬람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이자를 내는 대신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 이자만큼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만기가 되면 건물은 다시 기업 소유로 돌아간다.

문제는 이때 양도세, 취득·등록세 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2009년 처음 국회에 제출한 이슬람 채권법에는 양도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배당세 취득·등록세 등을 면제해 적절히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로 정부는 외자 유치를 위해 달러 유로 등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할 때 이자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해 왔다. 재정부는 이 점을 들어 “특혜가 아니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 정치권과 기독교계의 반대


올해 들어 여야 정치권에는 이슬람 채권법 반대론자가 부쩍 늘고 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이달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한을 돌렸다. 서한은 △법률보다 교리를 앞세우는 이슬람 자금은 근본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샤리아위원회가 좌지우지하며 △투자수익금의 2.5%를 헌금하도록 의무화하면서도 ‘관련 서류 파기’가 강제되는 관행 때문에 테러 연관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의원은 “이런 혜택을 주는 나라가 영국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 3국뿐이라는 점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양병희 상임회장도 13일 같은 이유를 제시하면서 “국가의 앞날을 위해 반대한다. 필요하면 천주교 불교와도 연대하겠다”고 가세했다.

민주당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재위 간사인 이용섭 의원은 “지난해엔 외자 유치에 좋다는 정부 설명을 듣고 동의했지만 전체 의원의 견해를 모아보겠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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