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달러 블로그사이트··· 6년새 몸값 315배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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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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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L이 3억1500만 달러에 인수··· 美 온라인 미디어 ‘허핑턴포스트’ 성공신화

5년 7개월 전 50대 중반의 이혼녀가 만든 미디어 블로그가 3400억여 원에 팔렸다.

미국의 거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AOL은 미국 온라인 미디어 허핑턴포스트를 3억1500만 달러(약 3465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7일 발표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아리아나 허핑턴 씨(61·여)가 진보성향 언론인 2명과 함께 2005년 5월 100만 달러를 갖고 창업한 미디어 블로그다. 일찍부터 자신의 블로그인 ‘아리아나 온라인 닷컴’을 운영했던 허핑턴 씨는 당시 성공한 미디어 블로그였던 드러지리포트를 벤치마킹해 허핑턴포스트를 만들었다.

1950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나 정치평론가이자 라디오쇼 진행자 겸 작가로 활동하던 허핑턴 씨는 1986년 영화 제작자이자 공화당 정치인인 마이클 허핑턴 씨와 결혼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의 결혼식에서는 유명 앵커인 바버라 월터스가 들러리를 섰다. 국방부 차관보를 거쳐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남편 덕분에 그도 자연스럽게 정계에 입문하게 됐고, 이후 이를 토대로 정치분석가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결혼 후 남편의 영향을 받아 친공화 보수주의 노선을 걸었던 그는 1997년 이혼 후 진보성향으로 바뀌며 진보진영 대표 논객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했다 중도에 후보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허핑턴 씨가 블로그 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화려한 경력과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인맥을 활용해 얻어낸 유명 인사와 파워블로거의 글로 허핑턴포스트의 대부분을 채웠다. 허핑턴포스트의 자유기고가 명단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가수 마돈나, 영화배우 존 쿠색 등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현재 허핑턴포스트에는 상근 직원이 100여 명에 불과하지만 3000명 이상의 블로거가 경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영역의 글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취재영역이 취약하다는 비판을 의식해 뉴욕타임스와 뉴스위크 등 전통 매체 출신의 기자들을 공격적으로 스카우트했다.

또 허핑턴 씨는 소셜미디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2009년 8월부터 ‘허핑턴포스트 소셜뉴스’라는 페이스북 연결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자가 자신이 본 뉴스를 손쉽게 페이스북으로 퍼 나를 수 있도록 했고 허핑턴포스트의 기사는 소셜미디어에서 순식간에 퍼졌다.

이러한 전략이 적중하며 허핑턴포스트는 설립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현재 월 방문자가 2500만 명에 이르며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인터넷 신문보다 월등히 많은 고정 독자를 확보한 미디어로 성장했다. 또 블로거들이 허핑턴포스트에 올린 글과 기사에는 보통 수천 건씩의 코멘트가 달려 타임과 영국 옵서버는 2009년 허핑턴포스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블로그 사이트로 선정했다.

AOL은 허핑턴 씨에게 AOL의 각종 매체들을 통합해 만들 ‘허핑턴포스트 미디어그룹’의 사장 겸 발행인 자리를 주기로 했다. 온라인 미디어의 신화가 된 허핑턴 씨에게 또 다른 신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허핑턴 씨는 이날 허핑턴포스트에 올린 글에서 “AOL과의 합병은 허핑턴포스트에는 빠른 기차에서 초음속 제트기에 옮겨 타는 순간과 같다”며 “우리의 접근방식이나 문화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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