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야권 분열… 군부, 대권 ‘호시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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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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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레이만 “대선 불출마”… 이집트 권력구도 다시 안갯속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이후 이집트 권력 구도가 더욱 짙은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비록 ‘대권 후보’로 술레이만 부통령을 직접 거명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집트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이 ‘이집트 권력전환’을 이끌 사람으로 지목했었다는 점에서 술레이만 부통령은 순식간에 차기 지도자로 부상하던 시점이었다.

이제 세계의 관심은 술레이만 부통령이 레이스에서 빠질 경우 여권에서 누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권에 도전할지에 쏠려 있다. 한편 야권에서는 뚜렷한 선두주자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정부와의 협상이 진행되면서 분열의 양상도 커지고 있다.

○ 정권 향배의 열쇠는 여전히 군부

뉴욕타임스는 5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군부의 지지를 받는 권력 이양을 수용하고 있다”며 “9월 선거 이후 누가 새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군부가 통치의 열쇠를 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록 이집트 국민이 무바라크 정권의 장기집권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지만 군부는 미국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다시 대권을 이어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이집트군은 매년 미국에서 13억 달러의 원조를 받고 있어 군부가 정권을 이어가는 한 이집트는 외교상 친미 기조를 유지할 소지가 많다.

군부 인사 중 대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인물은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이다. 중동전과 걸프전 등에 참전한 ‘전쟁영웅’으로 청렴한 이미지까지 갖춰 국민의 신망이 두텁다. 또 사미 에난 육군 참모총장도 미국과 두터운 신뢰관계를 갖고 있어 물망에 오른다. 이들 두 명의 군부 핵심인사는 이집트 사태 발발 이후에도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등과 수차례 통화하면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술레이만 부통령도 비록 대권에 뜻이 없음을 공식화했지만 그의 출마를 가로막는 헌법 조항이 야권과의 협상에 따라 얼마든지 개정될 소지가 있어 대권 도전의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 주목되는 야권의 분열

이번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야권은 구심점 없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력이 분열되고 있다. 특히 6일 정부와의 개헌 논의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협상에 참가한 측과 협상 참여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 간의 갈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야권에서는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외에도 외교장관을 지냈던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흐메드 즈웨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5개 청년단체 연합의 칼레드 압둘하미드 대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에 참가한 자들 중 누구도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무바라크의 퇴진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도 “정부와의 협상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협상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비난했다. 또 정부와의 협상에 참가했던 무슬림형제단 역시 “우리의 핵심 요구는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이라고 밝히는 등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출마 포기→내각 동반 사퇴→집권당 간부 퇴진 등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양보를 통해 야권 내부의 분열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권이 차기 대선 막판까지 분열할 경우 한국에서 1987년 6·29선언을 통해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한 것처럼 여권이 어부지리로 정권을 다시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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