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이집트]“이집트 부통령 암살 모면… 경호원 2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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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송 “취임직후 발생”
시위 폭력진압 중단 촉구… 반 총장 발언에 이집트 발끈

12일째 계속되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는 4일 ‘하야 촉구’ 시위를 정점으로 5일 일시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5일에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 모였지만 전날 10만 명이 운집한 것에 비하면 열기는 덜했다. 야권도 뚜렷한 구심점 없이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강경세력과 지켜보자는 온건세력으로 갈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국민의 반정부 열기가 워낙 높고 대세가 이미 기울었다는 자신감이 넘쳐 시위 열기는 곧바로 다시 지펴질 가능성이 높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올 9월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2일 타흐리르 광장에 수천 명의 친(親)정부 시위대가 진입해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면서 2, 3일 이틀간 사망자 11명과 1000명에 육박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무바라크 대통령 지지자를 자처한 이들은 쇠파이프와 몽둥이 등으로 무장했으며 심지어 송곳과 드라이버, 대검을 지닌 사람까지 있었다. 말과 낙타를 타고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격렬한 투석전 속에 화염병이 등장했으며 광장 곳곳에서 채찍과 몽둥이로 상대방을 폭행하는 장면도 잇따랐다. 군은 개입하지 않다가 3일 오후에야 완충지대를 조성해 추가 충돌을 막았다. 반정부 시위대는 친정부 시위대를 향해 “정부와 경찰에서 수당을 받는 용역 깡패” “관제 데모대”라고 비난했지만 이집트 당국은 정부 개입설을 즉각 부인했다.

○…무바라크 대통령 지지자들은 “반정부 시위대에만 우호적인 보도를 한다”며 외신기자들에게도 폭행과 위협을 했다. 이들에게 폭행당한 CNN방송 앵커 앤더슨 쿠퍼 기자는 3일 밤부터 비공개 가옥의 지하 방으로 장소를 옮겨 방송을 하기도 했다. 재난전문 기자로 세계 위험현장을 누벼온 쿠퍼 기자는 어두운 조명이 비치는 방에서 “솔직히 불과 몇 시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무서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 언론도 연합뉴스 기자 2명과 SBS 카메라 기자가 친정부 시위대에 폭행을 당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말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의 취임 직후 그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경호원 2명이 숨졌다고 4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한편 무바라크 대통령은 5일 아침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석유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 분야 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는 국내외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집트 당국의 폭력진압 중단과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적인 권력 이양을 촉구한 것에 대해 이집트 유엔 대표부는 “이집트는 국민에게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반 총장은 발언을 하기 전에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유엔 주재 대사들도 “이집트 국민이 해결해야 할 내부 문제”라며 반 총장의 발언 수위가 높다고 비난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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