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이집트]“조국 이집트에 첫 ‘희망의 싹’ 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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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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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리틀 이집트’ 거리에도 민주화시위 지지열기 후끈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이집트 이민자가 가장 많이 모여 살고 있는 뉴욕 아스토리아의 한 상점 유리창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이 붙어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이집트 이민자가 가장 많이 모여 살고 있는 뉴욕 아스토리아의 한 상점 유리창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이 붙어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무바라크, 물러나라.’

‘이집트는 변화와 자유를 원한다.’

‘우리는 100만 이집트 민주주의 시위대를 지지한다.’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이스트리버 맞은편에 위치한 아스토리아 지역 상가 거리. 미국에서 이집트계 이민자가 가장 많이 모여 살고 있어 ‘리틀 이집트’로 불리는 이곳은 조국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열기로 뜨거웠다. 카페와 델리 등 상점 유리창에는 거의 예외 없이 고국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며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이 붙어 있다. 한 상점에는 점원과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집트 시위 소식을 전하는 TV를 보고 있었다.

뉴욕의 이집트 교민들은 1960년대 나세르 정권의 폭정에 못 이겨 더 나은 삶을 위해 이주한 사람이 대부분. 공식 통계로는 1만4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체류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일 델리’라는 델리 상점 유리창에 붙은 전단에는 “이집트인들은 30년간 계속된 독재 정부에 대한 불만과 좌절을 표현하는 것에 더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자”고 적혀 있었다. 점원인 무함마드 이브라함 씨는 “지난주 수요일께부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점들이 전단을 붙이기 시작했다”며 “지난주 금요일 무바라크 대통령이 TV에 나와 대통령직을 내놓지 않고 내각 총사퇴만 하겠다고 했을 때는 손님들이 ‘물러나라!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근 알 이만 사원 앞에서 만난 아흐메드 디아 씨는 “2년 전 공부하러 미국에 왔다”며 “처음으로 조국에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이 사원 앞에서는 수십 명의 이집트 교민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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