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同舟시대]<2>한국외교 명암 SWO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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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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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G2가 주도… 한국 입지 줄어들듯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공조를 기초로 한국이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해 왔다.

미국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4일 한국에 도착해 “이른 시기에 협상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협상에 무게를 두었을 때도 당국자들은 “북한의 구체적 조치가 먼저다. 한미의 견해가 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일(한국 시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분기점 삼아 포괄적 상호주의를 추구하는 신(新)양극체제가 형성되면서 한국 외교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기다렸다는 듯 북한이 남북간 고위급군사회담을 제의하고, 한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신양극체제를 맞은 한반도의 유동성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관계에서 벗어나 관계를 회복하고 있는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신양극체제는 미국과 옛 소련이 힘의 세력균형을 이룬 채 대립했던 냉전시대 양극체제와 다르다. 미중이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협력할 수 있는 시대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로서 국제정치 체제에 편입시키려 하고, 중국은 자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과 서방세계를 안심시켜야 한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시대다.

미중은 환율, 인권문제처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해관계에서 서로 협조를 얻기 위해 북핵 문제에서 협력하는 ‘포괄적 상호주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한반도 문제에서 미중이 주고받는 협력관계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학에서 기업을 분석하는 기법인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요인) 방식을 빌려 ‘미중 동주(同舟)’ 게임에 끼인 한국 외교의 명암을 짚어본다.

○ 위협(threat): 미중이 협의 결과를 한국에 설득할 수도

미중 신양극체제는 한반도 문제를 한국 주도로 풀어갈 여지를 줄일 수 있는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미중이 북핵문제에 협력하고 그 결과를 한국과 협의하기 시작하면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주도해 왔다고 자평해온 한국 외교는 불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6자회담이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는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오바마 정부에 부담이다. 미국이 우려하는 북핵의 중동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과 공조해도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북핵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중국과 북핵문제를 직접 협력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미중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은 한국을, 중국은 북한을 설득하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면 상황이 묘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중 공동성명에서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속한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필요한 조처’와 관련해 미중이 어떤 협의 또는 절충점을 찾았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약점(weakness): 북한의 안정에 민감한 중국을 업은 북한의 공세

외교 소식통은 21일 “최근 중국 학자로부터 지난해 초 중국이 북한 정권의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신양극체제에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은 중국에 안보 불안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좋든 싫든 북한체제 유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같은 신양극체제 덕분에 1990년대 초 냉전 붕괴 직후 겪었던 것과 같은 절대적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북한이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처럼 남한에 대한 직접 공격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겠다는 공세적 전술을 구사하고 나선 것도 중국이 북한체제의 안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신양극체제 환경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의 대응이 미중 간 군사갈등을 부르고, 이는 다시 미국에 부담이 된다는 점도 한국으로서는 약점이 되는 요소다.

○ 강점과 기회(strength & opportunity) :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한 전방위 외교

정부 당국자는 “그럼에도 지금 한미 간 불일치는 없다. 미국은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미중동주 시대에도 미국이 중국과 협력을 위해 한국을 소홀히 하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한석희 교수는 미중 동주 시대를 오히려 기회로 본다. 한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환율, 인권문제에 비해 북핵문제에 유연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과 협력하는 동시에 견제를 하기 위해 아시아에 대한 개입 확대를 노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한미일 3자 안보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한국으로선 기회다. 한중일 협력에서 중국과 일본 모두 한국을 중재자로 인정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 당국자는 “미중 협력과 이에 따른 국가들의 이합집산 시대에 적극적인 전방위 외교를 펼칠 ‘갈고리’를 걸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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