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감춰둔 군사력 미국 보란듯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美국방 방중 기간 스텔스機 첫 시험비행

중국이 자체 기술로 비밀리에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국제시사 자매지 환추(環球)시보 인터넷판 등 중국 언론은 ‘젠(殲·섬멸이라는 뜻)-20(J-20)’이 11일 낮 12시 50분(현지 시간)경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에서 이륙해 시험비행을 마친 뒤 오후 1시 11분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시험비행은 이착륙 시간을 제외하면 18분간 이뤄졌다.

이번 시험비행은 중국이 2020년에나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할 것으로 전망했던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때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군사기술이 미국의 턱 밑까지 추격했음을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F-22와 개발 중인 F-35 등 5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핵무기를 제외하면 재래식 무기로는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최첨단 무기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은 전투기다.

게이츠 장관은 8일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 방문길에 오르기에 앞서 “젠-20의 독자 개발이 미국의 예상보다 빠르다”며 “중국의 군사력은 우리의 능력을 위협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면담한 후 “후 주석이 젠-20의 시험비행을 했다고 확인하고 이는 미중 국방장관 회담과는 관계없이 미리 계획됐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젠-20은 공중 급유를 통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고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해 최대 3000파운드에 이르는 폭약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르면 2017년 젠-20을 실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한 군사 전문가는 “젠-20이 배치돼 작전 반경이 넓어지면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남중국해∼말레이시아로 이어지는 제1열도선은 물론이고 사이판∼괌∼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제2열도선도 돌파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일본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은 대부분 제1열도선 부근에 접해 있어 젠-20 작전 반경에 들어온다.

하지만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과학 발전에 따라 무기 개발도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있으며 중국 주권과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어느 나라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5일 “젠-20이 청두 항공설계연구소 비행장에서 고속 활주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곧 시험비행이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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