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美대사관, 여객기로 우라늄 몰래 운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위키리크스 전문 공개… 싱가포르 고위 외교관 “日은 살찐 패배자” 혹평

미국 외교관들이 미얀마에서 입수한 우라늄을 외교행낭에 몰래 넣은 뒤 민간 여객기편으로 본국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당시 미얀마 주재 미대사관은 우라늄 수송을 미얀마 정부에 알리지 않은 채 비밀리에 추진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본국 정부와 재외공관 사이에 문서를 주고받기 위해 사용되는 외교행낭은 재외공관 주재국 정부나 제3국이 열어볼 수 없도록 국제법으로 보장돼 있다. X선 검색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는 민간 여객기를 이용해 방사능 물질을 운반하지 못하게 한 항공 관련법 및 외교행낭에 관한 미국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주미얀마 미대사관이 2008년 9월 본국에 보낸 전문에 따르면 미대사관은 미얀마 군부의 핵 개발 움직임을 조사하던 중 한 미얀마 남성으로부터 우라늄-238 샘플을 사들였다. 우라늄-238은 높이 7cm, 무게 1.8온스의 작은 병에 담겨 있었다. 미대사관은 정확한 성분 분석을 위해 샘플을 본국으로 보내기로 하고 유리 납 나무 재질의 여러 상자로 밀봉해 민간 여객기에 실었다.

미대사관 관계자는 당시 전문에서 “미대사관은 미얀마 정부가 현재 우라늄 샘플 본국 수송을 모르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만약 알아챘다면 미얀마 정부가 우라늄-238의 추가 샘플이나 재고를 압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외교공문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고위 외교관은 일본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9년에 작성된 전문은 토미 고 싱가포르 무임소 대사가 미국 외교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관계 발전과 관련해 일본은 ‘비대한 패배자(the big fat loser)’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 대사는 이어 역내에서 일본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것은 일본의 어리석음과 나쁜 리더십, 비전의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에 대해서도 “아세안에 반쯤 걸치고 있는 멍청한 친구들”이라고 혹평했다고 전문은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