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2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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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 '터프가이'로 통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공개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까지 치는 등 '부드러운 남자'의 면모를 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10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어린이 종양환자 돕기 자선 행사의 밤'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샤론 스톤, 캐빈 코스트너, 미키 루크 등 미국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은 물론 이탈리아 출신 배우 모니카 벨루치,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 등 외국 스타들과 러시아의 저명 문화연예계 인사들이 대거 자리를 함께 했다.

행사가 무르익어 갈 무렵 한 여성 진행자가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대형 연주홀의 관객석 탁자에 앉아 있던 푸틴 총리에게로 다가가 자선 행사의 목적인 어린이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것을 요청했다.

푸틴은 진행자의 간곡한 부탁에도 한참을 버텼으나 이 진행자가 올해 7월 미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다 적발돼 러시아로 돌아온 정보요원들과 함께 총리가 조국애를 표현하는 노래를 부른 사실이 있지 않느냐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무대로 향했다.

푸틴 총리가 승낙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며 총리를 응원했다.

마이크를 잡은 푸틴은 "가족 같은 분위기라 생각하고 시험 삼아 한번 해볼 테니 다른 곳엔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농 섞인 부탁을 한 뒤 "다른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노래나 연주를 잘할 줄 모르지만 좋아하기는 한다. 여러분들이 좀 참아줘야 할 것 같다"며 노래를 시작했다.

그는 재즈 악단의 반주에 맞춰 영어 노래를 불렀지만 현지 언론들은 노래 제목이 무엇이었는지는 전하지 않았다. 노래를 끝낸 뒤 다소 흥이 오른 푸틴은 다시 피아노로 옮겨 앉아 미국서 돌아온 스파이들과 함께 불렀다는 노래 '조국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나'의 멜로디를 연주했다.

소련 시절인 1960년대 말 제작된 인기 영화 '방패와 칼'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뒤 유명해진, 애국심을 강조한 노래였다.

세 손가락으로 하는 푸틴의 아마추어적 연주에도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연주가 끝난 뒤 푸틴은 미국인 참석자들을 의식한 듯 미국에서 추방된 러시아 정보 요원들과 만난 얘기를 다시 꺼내며 "이들이 쫓겨날 당시 미국인 이웃들은 '정부가 뭣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항상 당신들의 친구다'라는 말을 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이는 정부간 관계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훨씬 더 튼튼하고 중요한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행사가 끝날 무렵 샤론 스톤의 손을 잡고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무대로 올라가 러시아 록 그룹의 연주에 맞춰 합창하기도 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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