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피의 역사’ 다시 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선관위 “野후보 대통령 당선” 발표에 헌법위 “무효” 선언
정부군, 국경 무기한 봉쇄… 반군과 곳곳서 총격전 벌여

평화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한 것인가.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며 지난달 28일 어렵게 대선 결선투표를 치른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부아르의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유수프 바카요코 선거관리위원장은 2일 야당인 공화당의 알라산 와타라 후보가 54.1%를 득표해 45.9%를 얻은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와타라 후보는 “모든 정파와 사회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거국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대선 결과를 승인하는 헌법위원회는 헌법상 개표 결과 발표 시한인 1일을 하루 넘긴 선관위 발표가 “불법이며 효력이 없다”고 규정했다. 그바그보 대통령의 측근인 폴 야오 엔드레 헌법위원장은 “개표 결과 발표 권한은 선관위에서 헌법위원회로 이양됐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당초 1일에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개표 과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기다려달라”고 발표했었다.

그바그보 대통령 역시 선관위가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투표에 부정행위가 있었다. 전국 19개 지역 중 최소 4곳은 개표 결과를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월 말 1차 투표에선 그바그보 대통령이 38%를 득표해 1위에 올랐고 32%를 획득한 와타라 후보는 25%를 얻은 3위 후보의 지지를 받고 결선투표에 나섰다.

한편 현지 정부군은 2일 오후 8시를 기해 영해와 영공을 무기한 봉쇄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중단됐고 외국 언론사의 TV 및 뉴스 송출도 차단됐다. 현지에선 정부군이 1일 경제 수도 아비장 교외의 야당 사무실에서 4명 이상을 사살했고, 와타라 후보 측 반군도 보안군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2000년 10월, 40년에 걸친 일당독재를 끝내고 다당제 국가로 거듭났으나 2002년 북쪽 이슬람 반군과 남쪽의 기독교 정부 세력 간의 내전이 시작됐다. 세계 최대의 코코아 생산국인 이 나라에서 양 세력은 카카오를 생산해 전쟁 자금으로 사용하는 ‘피의 초콜릿’ 역사를 계속 써왔다. 그바그보 대통령의 임기는 2005년 10월 종료됐지만 내전과 정정 불안으로 대선은 6차례나 연기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