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자 테러 ‘후폭풍’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푸틴 최측근 배후 지목 ‘철저한 수사’ 촉구 집회 열려
본격수사땐 메드베데프-푸틴 권력 갈등 비화 가능성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의 올레크 카신 기자가 집단 폭행을 당해 중태에 빠진 것과 관련해 11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크렘린궁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최측근을 직접 겨냥한 군중집회가 벌어졌다.

러시아 기자와 블로거, 시민 500여 명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가까운 푸시킨광장에 모여 빈번한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카신 기자의 사진과 ‘범인을 잡아라’ ‘우리는 두렵지 않다’ ‘기자에 대한 공격은 독자에 대한 공격’이라고 쓴 피켓 등을 들고 크렘린궁의 완전한 수사를 요구했다. 외신은 당국이 이례적으로 집회를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카신 씨의 친구인 소설가 세르게이 치르기예프 씨는 “카신이 테러를 당하기 이틀 전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며 “두려워하는 것은 이제 지겹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 로만 포프코프 씨는 푸틴 총리의 친위대로 불려온 청년단체 ‘나시(Nashi)’를 창설한 최측근 바실리 야키멘코를 테러 배후로 정조준했다. 야키멘코는 카신 씨의 기사와 블로그에서 수차례 비판을 받은 인물. 나시는 푸틴과 러시아 정교회를 지지하는 민족주의 반서구적 성향의 극우보수 청년단체이다.

언론인 테러와 관련해 푸틴 총리의 오른팔 격인 야키멘코의 이름이 직접 거론됨으로써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공언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검찰이 나시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 경우 자칫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 간의 권력 갈등이 벌어질 여지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지금까지 수사는 별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신 씨는 11일 일단 혼수상태에서 벗어났으나 여러 곳에 골절상이 심하게 남아 있으며 특히 뇌 골절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2008년 집 근처에서 괴한에게 폭행을 당해 다리를 절단하고 언어장애를 갖게 된 힘킨스카야 프라우다 신문의 미하일 베케토프 기자 테러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베케토프 씨는 당시 기사에서 고속도로 건설을 명목으로 모스크바 외곽 힘키 지역에서 벌어진 산림 훼손에 블라디미르 스트렐첸코 시장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10일 공무원 명예훼손 혐의로 베케토프 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