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우익, NPR방송과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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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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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서 反이슬람 발언한 뉴스애널리스트 이틀만에 해고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National Public Radio)의 뉴스애널리스트인 후안 윌리엄스 씨가 보수성향의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슬람 복장을 한 승객이 비행기에 타고 있으면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가 발언 이틀 만에 전격 해고됐다. 반(反)이슬람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윌리엄스 씨가 해고되자 우익 보수진영에선 NPR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윌리엄스 씨가 18일 폭스뉴스 방송의 ‘디 오라일리 팩터’에 출연해 프로그램 진행자인 빌 오라일리 씨의 발언에 동조하면서 비롯됐다. 오라일리 씨는 “이슬람 국가의 지원이나 사주를 받은 지하드가 오늘날 지구상의 최대 위협이라는 것은 냉엄한 진실”이라고 말했고, 윌리엄스 씨는 이 발언에 동조하면서 “나는 종교적인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이슬람 복장을 한 승객이 비행기에 타고 있으면 걱정이 되고 불안한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씨의 이 같은 발언이 폭스뉴스에 보도되자 발언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공영 라디오방송의 뉴스애널리스트가 회사 입장이 아닌 사적인 감정을 다른 방송사를 통해 표현한 것이 과연 적절한가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NPR 경영진에선 이틀 만에 그를 해고했다. 비비언 실러 NPR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애틀랜타 프레스클럽에서 “윌리엄스 씨를 해고한 것은 그가 여러 차례 저널리스트로서의 윤리를 어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그는 사내 통지문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그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으며 그는 여러 차례 기준을 위반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보수 우익진영에선 강하게 반발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폭스뉴스에 “의회가 NPR의 해고 결정 경위를 조사하고 NPR에 주는 정부예산을 깎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 공화당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NPR가 이슬람 테러리즘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정직하게 토론하지 못하게 한다면 국립공영방송이 아니라 국립사영방송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의회는 NPR에 대한 재정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나는 앞으로 NPR의 인터뷰 요청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사자인 윌리엄스 씨는 “10년 이상 일한 NPR에서 아무런 해명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전화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9·11테러를 잊을 수 없으며 이슬람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NPR가 윌리엄스 씨를 해고하자 폭스뉴스는 21일 그에게 총 200만 달러의 3년 계약을 제안하고 프로그램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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