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는 희생양 삼아, 공화는 공격 타깃으로… 그녀만 때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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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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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원래 그런것” 동네북 펠로시 담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의장(사진)이 요즘 ‘동네북’ 신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총대를 메고 건강보험 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를 의회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였지만 민주당 인기가 떨어지면서 펠로시 의장의 인기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이고 친정인 민주당에서도 펠로시 의장을 공격해야 표를 얻는다며 ‘펠로시 때리기’를 선거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펠로시 의장의 지지율은 22%로 오바마 대통령보다 낮아 주요 정치인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공화당은 이를 선거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화당은 미 전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펠로시 의장과 연계하는 광고에 4200만 달러를 썼다. 펠로시 의장은 전국적으로 방영된 365개 광고에 등장해 최근까지 11만2000회나 노출됐다. 공화당은 선거 홍보 티셔츠와 자동차 범퍼 스티커는 물론이고 전국 일주 유세버스에까지 ‘펠로시를 쫓아내자(Fire Pelosi!)’라는 구호를 큼지막하게 써 붙였다.

사우스다코타 주의 공화당 하원 의원 후보인 크리스티 노엠 씨는 “의정단상에 진출하면 제일 먼저 펠로시 의장을 쫓아내는 데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전국공화당하원위원회(NRCC)가 민주당 소속의 조지아 주 연방 하원의원인 짐 마셜 의원을 향해 ‘펠로시의 측근’이라는 광고를 내보내자 마셜 의원 측에선 “마셜은 펠로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해명 광고를 내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에 대해 “원래 정치라는 것이 그런 것”이라며 “나를 욕하는 민주당 의원도 선거에서 살아남아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美민주 “이러다 남부서 멸종될라” ▼
공화 절대강세… 민주 하원의원 59명중 24명 자리 잃을듯


미국 민주당은 남부를 영영 잃어버리나. 정치전문가들은 다음 달 2일 치르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내줄 확률이 높은 이유로 남부 주에서의 민주당의 고전을 꼽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 시간) “현재도 공화당에 비해 희귀한 남부지역 백인 민주당 의원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멸종에 한발 더 다가설 것 같다”고 보도했다. 현재 판세대로라면 11개 주에서 거의 24명의 현역 민주당 하원의원이 공화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고 ‘희생자’는 대부분 백인 민주당 의원이 될 것 같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지리적으로 보면 남부는 동쪽 해안에 위치한 버지니아에서 플로리다 주, 동서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텍사스 주에 이르는 지역. 역사적으로는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폐지에 반대해 남부연방을 구성했고 1964년 민주당 출신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시절 민권법이 통과되고 흑인과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반대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남부 출신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조지아 주)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아칸소 주)이 당선될 때를 제외하고는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남부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민주당의 상황은 절박하다. 현재 남부 출신의 민주당 하원의원 59명 중 43명이 백인이고 13명은 흑인이다. 공화당은 73석을 갖고 있고 대부분이 백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9개 지역은 공화당이 절대 우세하고 8개는 공화당 후보가 백중우세를 보이고 있다. 5곳은 경합. 뉴욕타임스는 “현재의 판세가 지속돼 공화당이 대승을 거둔다면 1994년 남부지역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의 19석을 앗아갔던 기록까지 깨게 된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집권 2년차에 치러진 1994년 중간선거는 공화당이 상원 57석, 하원 258석을 가졌던 거대 여당 민주당에 압승을 거두고 상하 양원을 지배하면서 보수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시기다.

남부의 공화당 절대지지 움직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백인의 지지 철회와 무관하지 않다. 남부의 인적 구성을 보면 미국 전체 유권자의 40%가량을 차지해 역대 선거 판세를 좌우한 백인 근로자 계층의 비율이 동부나 서부보다 높다. 동북부의 상업 금융지역보다 경제사정이 열악하고 실업과 주택 압류 비율이 높은 남부는 장기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식이 높은 편이다. 건강보험 개혁 역시 개악이라는 여론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이나 민주당 지도부와 거리두기를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일부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지원 유세장에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 반면 남부 출신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인기는 여전히 상한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인 아칸소를 비롯해 미시시피 조지아 루이지애나 등을 누비며 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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