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슬러지 댐’ 곳곳 균열… 또 붕괴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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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유출땐 독성 훨씬 강해… 총리 “대피 외 대책 없다”
길이 400m 방어둑 오늘 완성

헝가리 정부가 헝가리 역사상 초유의 환경재앙을 일으킨 독성 슬러지 저장 댐의 2차 유출을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4일 1차 유출 당시 붕괴된 지점에서 또다시 많은 틈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며 “댐이 다시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균열이 발견된 지점은 산 아래쪽에서 봤을 때 토사 댐의 왼쪽 450m와 오른쪽 600m가 90도로 맞닿는 부분으로 가둬놓은 슬러지의 압력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이다.

둑의 이 부분이 터지면 피해 규모는 1차 유출 때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1차 유출된 슬러지는 약 70만 m³로 총 저장량의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저장 댐에 남아 있는 슬러지는 이미 유출된 것보다 농도가 진해 독성도 강하다.

오르반 총리는 “슬러지 유출을 방지할 기술적인 장치가 사실상 없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대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댐 밑에 위치한 콜론타르 마을 주민 800여 명이 대피했다. 콜론타르에서 4km 떨어진 데베체르의 마을 주민 6000여 명도 마을을 떠날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다.

헝가리 정부는 저장 댐이 완전 붕괴할 것에 대비해 임시 차단용 둑을 저장 댐과 콜론타르 마을 사이에 여러 겹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둑은 길이 400m, 높이 5m 규모로 11일 중 완공할 계획이다.

한편 다음 날인 10일 헝가리 재난본부 측은 “저장 댐의 벽면에서 새로 생긴 틈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기존에 벌어진 틈은 수리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진으로 확인된 토사 댐의 바깥 부분엔 여러 곳이 무너져 내려 균열이 나 있었다.

앞서 4일 어이커 시에 위치한 말(MAL)사의 알루미늄공장 저장 댐에서 발생한 독성 슬러지 유출 사건으로 지금까지 7명이 사망하고 최소 120명이 부상했다. 1995년 설립된 말사는 헝가리에 3곳의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붉은색 슬러지는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를 제련할 때 발생하는 물질로 중금속 성분과 약간의 방사능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본부는 이날 자체 실험을 통해 “슬러지가 유출된 다뉴브 강의 pH 농도는 9 정도로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만큼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여전히 유출 지역의 중금속 농도가 높으며 생태계 파괴 위험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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