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체외수정에 노벨상 부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수많은 인간배아 죽음 불러”

체외수정(IVF) 기술은 1970년대 개발 당시 “불임부부에게 축복”이라는 호평과 함께 “생명윤리 딜레마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지적도 받았다. 가톨릭 및 보수적 개신교계에서는 ‘생명을 말살하는 기술’이라며 비판이 거셌다. 체외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는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지닐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세계에서 약 400만 명이 체외수정을 통해 안전하게 태어나면서 이런 우려와 비판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체외수정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버트 에드워즈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자 생명윤리 논란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전했다.

체외수정과 이 기술에서 비롯된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을 강력히 반대하는 교황청이 비판의 선봉에 섰다. 이그나시오 카라스코 데 파울라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은 이날 개인자격의 성명을 통해 “노벨상위원회의 결정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드워즈가 없었다면 난자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았을 테고, 버려지는 배아로 가득한 냉동고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가톨릭계 생명윤리 연구기관인 앤스콤 생명윤리센터의 데이비드 앨버트 존스 교수도 “체외수정이 수많은 인간 배아의 고의적 유기를 가져온 장본인격”이라고 지적했다.

가톨릭계에서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 인권은 임신이 됐을 때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따라서 체외수정을 위해 추출된 배아가 폐기되는 것을 ‘살인’과 같이 생각한다. 미국의 보수적인 복음주의파 개신교계도 이에 동의한다.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부침례교협의회 리처드 랜드 최고윤리관은 “어떤 사람이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조각조각 낼(cannibalizing)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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