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게린’의 그 남자 前정보원 14년만에 체포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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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마약범죄 폭로하려던 여기자 살해 사주
아일랜드 조직범죄사에 큰 획을 그은 언론인으로 1996년 피살된 베로니카 게린(사진)의 정보원이면서 동시에 살해 연루 혐의를 받아온 존 트레이너(62)가 체포됐다. 더블린 갱단의 마약 밀매 등 조직범죄를 폭로하는 기사를 쓰려다 사망한 게린의 일대기는 영화로도 제작돼 반향을 일으켰으며 국내에도 2004년 ‘베로니카 게린’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돼 큰 인기를 얻었다.

영국 조직범죄수사단(SOCA)은 2일 네덜란드 경찰과 합동작전을 펼쳐 트레이너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곽에서 체포했으며 조만간 영국으로 송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레이너는 원래 영국 런던에서 도난당한 무기명채권 거래 범죄로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잠시 가석방된 틈을 타 아일랜드로 도망쳤다. 트레이너는 여기서 열혈 기자 게린을 만났다.

당시 아일랜드에서 최고조에 달한 마약 범죄를 취재하던 게린은 더블린 갱단의 조직범죄를 폭로하는 기사를 준비하다 트레이너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들은 갱단 두목 존 길리건에 대한 취재를 시작한다. 길리건과 트레이너의 온갖 협박 속에서도 기사를 준비하던 게린은 결국 1996년 6월 더블린 근교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오토바이를 탄 괴한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다.

트레이너는 게린이 살해되자 스페인을 거쳐 네덜란드로 도망쳤다. 그는 1997년 암스테르담에서 게린의 살인범 브라이언 미한과 함께 체포됐으나 무혐의로 풀려났고 다시 잠적했다. 당시 한 범죄조직의 간부였던 트레이너는 조직원을 사주해 게린에게 총상을 입혔고 또 게린의 살해에도 깊숙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그를 체포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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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린이 살해된 뒤 아일랜드 국민은 마약반대 운동을 시작했고 긴급 국회가 소집돼 법원이 마약 용의자의 재산압류를 가능하게 하는 등 대대적인 법 개정이 이뤄졌다. 또 범죄자산관리국이 설립돼 범죄 용의자들의 출처가 불분명한 재산도 몰수할 수 있게 했다. 미한은 게린 살해죄로 아일랜드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당초 게린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던 길리건은 살인교사 혐의는 벗었으나 대마 밀수죄로 28년 형을 선고받았다. SOCA 대변인은 “트레이너가 영국에서 남은 형기를 복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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