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경례도 잘 몰랐던 최고사령관 오바마, 막강 미군 어떻게 이끌어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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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현안 열공하며 회의전 철저하게 자료분석
軍지휘관들도 감탄… 게이츠 국방 그늘 벗어나

미국 대통령의 지위를 규정하는 단어 중 하나가 전시 최고사령관이다. 한국으로 치면 군의 최고통수권자라는 의미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지속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시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역할에 여전히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학창 시절 군대라고는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고 정치에 입문한 뒤에는 반전(反戰)주의자를 자처한 그였다. 거수경례 하는 법도 잘 몰랐고 자신이 회의장에 입장할 때 군 장성들이 기립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했던 초보 전시 최고사령관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최고의 군대를 자처하는 미군을 다루는 법이 화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달리 전시 최고사령관의 임무가 자신의 대통령 직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중 테러를 경험했던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전쟁과 아프간전쟁을 자신이 운명적으로 치러야 할 일종의 성전(聖戰)으로 간주했고 민주주의를 전파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은 것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 전쟁을 미국이 직면한 여러 가지 국제문제 중 하나이며 자신이 관리해야 할 임무 중 하나로 본다는 것.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 임명돼 현재까지 재직 중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29일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두 개의 전쟁에 너무나 매몰된 나머지 경제 살리기로 대표되는 국내 문제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 ‘가정교사’로 불리는 게이츠 장관은 “그렇지만 그는 국방 문제와 관련해 올바른 접근법을 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중대 결정을 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기 초반 게이츠 장관의 조언에 많이 의존하는 듯한 인상을 주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9년 5월 당시 데이비드 매키어넌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 전격 경질에는 게이츠 장관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지만 올해 6월 스탠리 매크리스털 사령관 해임은 오바마 대통령 자신의 결정이었다. 게이츠 장관은 당시 엄중경고를 하되 보직 해임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군 책임자들과 회의를 할 때도 철저히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군뿐 아니라 정보기관과 해외 공관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들을 충분히 소화해 회의에 참석한 군 관계자들을 압도한다는 것.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첫째로 많이 읽는다. 그리고 회의장에 오기 전에 해당 주제에 대해 연구를 한다. 군 지휘관들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1일 이라크전쟁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아프간전쟁에서의 출구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시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지휘가 다시 한번 매우 극적인 방식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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