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승인한 고속도 건설계획 중단 명령…메드베데프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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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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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목소리 신호탄” 관측… 푸틴은 “강행”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승인한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이에 푸틴 총리가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20년째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표면에 드러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정치적 스승인 푸틴 총리의 정책에 반하는 지시를 공개적으로 내린 것을 두고 그가 푸틴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다.

인테르팍스통신 등 현지 언론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 총리와 세르게이 나리슈킨 크렘린 행정실장에게 모스크바 북쪽 자연보호림인 ‘험키’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계획을 중단하고 이 문제와 관련한 추가 청문회를 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고속도로에 대해서 푸틴 총리는 7월 말에 “모든 결정이 내려졌고 정부는 어떤 변경도 할 생각이 없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고 이미 상당수 도로 예정지의 채벌작업까지 끝난 상황이다. 극동 하바롭스크 지역 방문 중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전해들은 푸틴 총리는 27일 “고속도로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발과 환경보전 문제 사이에는 항상 갈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회적 불만을 터뜨렸다고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전했다.

문제가 된 도로는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고속도로 중 험키 자연보호림을 통과하는 최대 58km 구간이다. 환경단체들은 우회도로를 만들면 자연보호림을 훼손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22일에는 모스크바 중심 푸시킨 광장에서 시민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험키 숲 파괴에 반대하는 록 콘서트와 행진이 벌어지기도 했다.

환경문제와 함께 정경유착 의혹도 수면에 떠올랐다. 현지 경제전문 일간지 ‘베도모스티’는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회사가 푸틴 총리와 오랜 친구인 기업인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반정부 성향의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바’는 이 회사가 고속도로 1차 구간 공사로만 660억 루블(약 2조5000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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