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서 전직경찰이 관광버스 인질극… 끝내 ‘비극의 관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범인은 진압작전중 사망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50대 전직 경찰관이 운전사와 가이드를 포함해 총 25명(홍콩인 관광객 22명)이 탄 관광버스를 인질로 붙잡고 10시간가량 대치하다 경찰과 총격 끝에 자신을 포함해 8명이 숨지는 참변을 빚었다.

AFP 통신은 23일 “마닐라의 관광명소 리잘(루네타) 공원에서 필리핀 경찰이 훙타이 여행사 관광버스에 오른 뒤 마지막까지 15명을 인질로 붙잡고 있다가 경찰이 진압작전을 펴 현재 4명만 생존했으나 생명이 위독하다”고 전했다. 현장 의료진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전직 경찰관 롤란도 멘도자 씨(55)는 총격전 도중에 사망했다. 24일 0시 현재 인질 7명은 이미 숨졌다.

인질극은 오전 10시경 멘도자 씨가 M16 소총으로 무장한 채 공원 야외관람석 앞에 정차한 버스에 올라타며 시작됐다. 버스에는 운전사와 가이드 등 필리핀인 3명과 4∼72세 홍콩 관광객 22명이 타고 있었다. 운전사는 운전석 창문으로 뛰어내려 탈출했으며, 범인은 오후 들어 필리핀인 2명과 홍콩인 가운데 어린이 및 노인, 여성 등 7명을 풀어줬다. 이에 따라 남은 인질은 15명으로 줄었다. 이후 저격수와 구급차를 배치한 경찰과 멘도자 씨의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오후 9시경 구출작전에 돌입한 경찰과 범인의 총격전이 벌어지며 인명피해가 났다.

외신에 따르면 멘도자 씨는 1986년 ‘필리핀 올해의 경찰관 10명’에 뽑힐 만큼 뛰어난 경찰이었으나 2008년 한 호텔 요리사가 그를 포함한 경찰관 5명이 돈을 갈취했다며 고발해 직권남용 혐의로 파면당했다. 그는 “잘못도 없는데 억울하게 쫓겨났다”고 주장해왔으며, 이날 인질극 역시 ‘복직’을 요구 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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