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서…” 두자녀 굶겨 죽인 ‘비정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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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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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대 피의자 체포 충격… 당국, 신고받고도 방치 논란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자신의 아들과 딸을 한 달 넘게 돌보지 않아 굶겨 죽인 비정한 엄마가 경찰에 체포돼 일본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이 엄마는 지난달 말 자녀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도 태연히 외출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사카 시 니시(西) 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살배기 딸 사쿠라코(櫻子) 양과 한 살배기 아들 가에데(楓) 군이 굶어죽은 채 지난달 30일 발견됐다. 시신은 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해 사망 시기가 1개월이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시신 확인 당시 집안과 베란다는 컵라면 용기와 과자 봉지 등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냉장고에는 음식은 물론이고 마실 물조차 남겨두지 않아 아이들이 방치된 흔적이 역력했다.

유흥업소에 나가는 아이들 엄마 시모무라 사나에(下村早苗·23) 피의자는 “6월 말에 아이들을 집 안에 놔둔 채 친구 집으로 가버렸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또 지난달 29일 오후 6시경 집에 돌아와 아이들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집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시모무라 씨는 2006년 12월 결혼했으나 지난해 5월 이혼한 후 올해 1월부터 유흥업소에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한 엄마 못지않게 아동복지 당국의 무성의함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웃 주민이 3∼5월 “아이들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밤중에 아이가 인터폰으로 엄마를 찾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며 3차례에 걸쳐 시가 운영하는 아동학대상담소에 신고했지만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5월 18일까지 현장을 다섯 차례 방문했지만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집주인을 만날 수도 없어 그냥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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