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클랜드發 ‘제2의 로드니 킹 폭동’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2009년 비무장 흑인청년 사살한
백인경찰에 ‘과실치사’ 평결
흑인사회 “인종차별” 들끓어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쏘아죽인 혐의로 기소된 미국 백인 경찰이 8일 유죄 평결을 받았다. 하지만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것에 항의하는 흑인들의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흑백 갈등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법원 배심원단은 8일 흑인 오스카 그랜트(사망 당시 22세)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요하네스 메설리 전직 경관(28)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메설리 씨는 2009년 1월 오클랜드 철도 역사 내에서 벌어진 몸싸움을 진압하던 중 바닥에 엎드린 그랜트의 등에 총을 쏴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목격자들이 촬영한 당시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흑인사회는 들끓었고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으로 번진 로드니 킹 폭행 사건처럼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메설리 씨는 법정에서 “그랜트가 저항하는 것에 화가 나 전기총을 꺼내려다가 권총을 잘못 뽑았을 뿐”이라며 살인 의도를 부인했다. 배심원단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2급 살인죄 대신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최대 형량은 살인죄보다 낮은 징역 4년이지만 메설리 씨는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중 처벌돼 징역 6년 이상을 선고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판결은 8월 6일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평결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은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배심원단이 전부 백인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이들을 자극했다. 오클랜드 시내에서는 흑인 800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상점 유리를 부수고 안에 있던 상품과 돌, 물병 등을 경찰에 던지기까지 했다. 경찰은 50여 명을 체포했다. 앤서니 바트 오클랜드 경찰서장은 “시위가 계속되면 100명 이상이 체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클랜드 시 측은 “흑백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평결 직후 시청 문을 닫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