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하극상 장수’ 전쟁중 교체할까

  • Array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백악관 비판 매크리스털 아프간사령관 전격소환
오바마 “직접 만나서 진의 파악”
경질땐 아프간전 대공세 차질

“오바마 대통령에게 투표했지만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실망감을 느꼈다. 대통령은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바이든 부통령이 주장한 대로 하면 아프가니스탄을 혼란의 땅으로 만들 것이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주둔군사령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등을 비난했다가 경질 위기에 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사를 보고 진노했고, 백악관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전격 소환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서둘러 사과했지만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경질될 경우 전쟁 중에 장수를 교체하는 것이어서 개전 104개월을 맞은 미국의 아프간전쟁은 더욱 수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기사는 격주간지인 ‘롤링스톤’의 최근호에 실렸다. 이 기사는 ‘통제불능의 장군(The Runaway General)’이라는 제목으로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밀착 취재하는 형식으로 각종 에피소드를 곁들여 작성했다. 기사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불편한 관계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지난해 5월 아프간 주둔 사령관에 발탁돼 백악관의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지만 10분 정도 사진 찍는 게 고작이었고 대통령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고 잡지는 보도했다.

또 4월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 사관학교 강연을 앞두고 바이든 부통령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바이든이 누구죠? 나를 문다(Bite me)고 얘기했나요?”라고 웃으면서 반문하는 상상을 했다는 내용도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대규모 병력 증파를 통한 테러 소탕이 오히려 미국을 ‘군사적인 늪’에 빠뜨릴 것이라며 대대적인 탈레반 거점 소탕을 강조하는 매크리스털 사령관과 반대 입장에 서 있다. 기사는 또 매크리스털 사령관과 그의 측근들이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1985년에 갇혀 있는 광대’로, 리처드 홀브룩 아프간 담당 특사를 ‘언제 잘릴지 몰라서 초조해하는 상처 입은 동물’로 표현했다고 썼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인터뷰 기사를 보고 진노했다”며 “경질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소환 조치로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23일 열리는 아프간 파키스탄 전황 월례회의에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해명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직접 얘기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 분위기로는 군 수뇌부와 협의하는 절차를 거쳐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경질할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이번 파문은 교착상태에 빠진 아프간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당장 아프간에서는 칸다하르 대공세를 앞두고 혼란에 빠졌다.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은 매크리스털 사령관 지휘 아래 탈레반 거점인 칸다하르를 대대적으로 공격할 준비를 해왔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동맹국들의 불만 목소리가 높아지고 미국 내 반전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공화당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전쟁 불협화음을 부각시킬 태세다.

하지만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22일 “최고의 사령관인 매크리스털은 아프간 정부와 주민들로부터 큰 신뢰를 받고 있다”며 그의 유임을 강력히 주장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