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民心 ‘반군 소탕’을 명령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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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테러로 얼룩진 대선, 前국방장관 산토스 압승

20일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수 집권당인 우(U)당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콜롬비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산토스 후보는 현재 69.2%의 득표율로 28%에 그친 녹색당의 안타나스 모쿠스 후보를 누르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산토스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1차 투표에서 47%의 득표율을 기록해 일찌감치 선두를 달렸지만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2차 투표가 진행됐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이었다.

산토스 당선자는 미국 하버드대와 캔자스대,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등을 공부한 유학파. 콜롬비아 최대 일간지 ‘엠 티엠포’의 발행인 가문 출신으로 재무장관, 국방장관 등 3번의 장관직을 지내며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그가 지지를 받은 데에는 국방장관 시절 반군 게릴라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소탕에 주력해 치안문제를 개선한 일등공신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반군 문제는 여전한 골칫거리이자 콜롬비아를 위협하는 최대 불안요인이다. 전 세계적인 구명운동이 벌어졌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대통령 후보도 FARC에 6년간 인질로 잡혀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산토스 당선자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치안 확보. 산토스 당선자는 “FARC의 시대는 끝났다”며 “콜롬비아는 이제 납치와 폭력, 마약 밀매의 악몽을 끝낼 것이며 반군들이 이를 계속한다면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 다음으로 해결할 것이 경제문제. 남미 최고 수준인 12%대 실업률 극복이 최대 현안이다. 그는 향후 4년 안에 250만 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의 4.4%까지 늘어난 재정적자가 정부지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남미 제4위의 경제국이면서도 인구 절반이 빈곤층에 속하는 콜롬비아에서는 복지정책도 숙제다.

외교적으로는 국방장관 시절 빈번한 마찰을 빚은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좌파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콜롬비아산 제품의 수입을 규제하며 경제적인 압박을 지속하고 있고, 지난달 에콰도르법원은 그가 2008년 반군 진압작전 도중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한편 이날 선거가 진행된 콜롬비아 전역에서는 선거를 방해하려는 반군들의 테러가 이어져 경찰관 7명과 군인 3명 등 모두 20명이 사망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반군이 투표용지를 불태우거나 투표함을 강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는 이날 치안 확보를 위해 투표소 곳곳에 35만 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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