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결단력으로 서민 지향… 우린 기마대 내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NO”라고 말하는 2인자
관 방장관에 심복 기용 탈피
계파-노선 다른 센고쿠 발탁

○당정일체
오자와식 이중권력 원천봉쇄
총리 ‘내각-당’ 장악력 강화

○전원참가
초선의원 행정쇄신상 발탁 등
모든 의원에 국정참여 요구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내각은 단명으로 끝난 전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여러 면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같은 민주당 정권이지만 하토야마 내각과는 인적 구성과 운영시스템이 다르다는 평이 많다.

○ 기마대 내각

간 총리는 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내각을 ‘기마대 내각’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기마대는 19세기 말 에도막부를 무너뜨리고 근대 일본을 세운 근거지였던 조슈(長州·지금의 야마구치·山口 현) 지방의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 번주가 만든 것으로 신분을 막론하고 막부 타도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야마구치 출신인 간 총리는 “각계각층 출신으로 구성된 우리 내각은 기마대처럼 빠르고 용맹하게 싸울 것”이라며 “기마대는 지체 높은 자제들이 모였던 구식군대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간 총리는 ‘기마대’를 통해 서민 지향과 빠른 결단력을 홍보하고 싶어 한다. 16년 만에 ‘비(非)세습 정치인’으로 총리에 오른 그는 “보통 사람도 꿈을 갖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라고 역설하고 있다. 정치 명문가에다 재벌 가문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하토야마 전 총리가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비판 받은 점과 차별화하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 자민당을 에도막부와 같은 구시대적 유산으로 규정함으로써 7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 ‘NO’라고 말하는 ‘넘버2’


간 총리는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을 “거북한 존재”라고 말한다. 관방장관은 총리 명을 받아 내각을 총괄하고 당정을 조율하면서 정부 대변인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총리의 심복이 맡아온 자리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다른 요직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말을 다 들어줬지만 관방장관엔 심복인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씨를 앉혔을 정도다. 하지만 센고쿠 장관은 간 총리보다 한 살 많은 데다 계파도 다르고 과거 당 대표 선거 때 다른 후보를 민 적도 있다.

간 총리는 하토야마 내각의 실패 원인에 대해 “관방장관이 총리에게 ‘노’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센고쿠 장관 기용에 반대하는 세력을 설득했다. 히라노 전 관방장관은 하토야마 전 총리의 ‘예스맨’이었다. 당을 총괄하는 간사장에 총리와 노선이 다르고 개성이 강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씨를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당정 일체

하토야마 정권에선 ‘정책은 내각, 선거는 당’으로 이원화돼 당을 장악한 오자와 전 간사장의 이중 권력이 늘 도마에 올랐다. 총리 리더십은 약해졌고 각료들은 돌아서서 총리와 다른 말을 하는 등 혼선이 잦았다. 간 총리는 당 대표이면서도 당무회의에 전혀 얼굴을 내밀지 않은 하토야마 전 총리와 달리 “당무회의는 각료회의만큼이나 중요하다. 가끔 회의를 주재하겠다”고 공언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폐지한 당 정조회장을 부활해 각료를 겸직시키고 총리 관저에 간사장실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당정 일체 때문이다. 당이 내각을 흔드는 모습을 여러 차례 지켜본 간 총리는 내각과 당을 한 손에 틀어쥐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 전원 참가

오자와 전 간사장은 “초선 의원은 공부가 우선”이라며 내각과 당직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그러나 간 총리는 여당의 모든 의원이 국정에 참여하라고 요구한다. 참의원 초선인 렌호(蓮舫) 씨를 행정쇄신상에 기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관료를 배제해 시행착오가 많았던 하토야마 내각과 달리 간 총리는 “관료의 힘도 빌리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