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거친 ‘核설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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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응분의 대가 치르게 돼…미국 독자적 제재방안도 마련
이란-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결의…우라늄 농축시설 계속 가동

9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4차 이란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미국과 이란은 제재의 적절성을 놓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미국 의회는 이날 안보리 결의와는 별도의 독자적 제재방안 마련을 천명했고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부분과 중국 등은 이란에 대한 제재결의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유엔 제재 결의안 표결에서 브라질과 함께 반대 표를 던진 터키는 “이란 핵개발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반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국제사회의 다짐과 관련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이란 정부는 (불법적인) 핵개발 행동에 따른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은닉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가속화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여러 조항을 위반했다”며 비난 강도를 높였다.

미국 의회의 독자적인 이란제재 결의와 관련해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6월 넷째 주에 적절한 제재안을 통과시켜 불법행위에 대한 행동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추가결의와 관련해 “1페니의 가치도 없으며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야 할 아기손수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타지키스탄을 방문 중인 그는 이란 뉴스통신사 ISNA를 통해 “핵무기를 보유, 비축, 악용하고 핵무기로 남을 위협하는 나라들이 미래에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계속 제재 결의안을 내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알리 아스가르 솔타니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이란 대사도 유엔 제재 결의와 상관없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은 단 1초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며 “IAEA 모니터링 아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계속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제재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추진을 방해하거나 어렵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하면서도 “이란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해 대화 참여 가능성은 열어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06년 12월 첫 번째 제재결의 통과 이후 압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압력이 이란의 핵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이번 제재결의에서도 국제사회는 이란에 생명줄과도 같은 석유수출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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