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버금가는 현상수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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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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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적 성직자 올라키 ‘자생적 테러’ 핵심배후

9·11테러 이후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10년을 지나면서 복잡하게 변해가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현상수배범 1순위는 여전히 오사마 빈 라덴이지만 알카에다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른바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양성해 미국 사회를 내부에서부터 흔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당국은 미국 내 무슬림들의 정신적 ‘지하드’를 지휘하는 총책으로 미국 국적의 성직자 안와르 알 올라키(39·사진)를 꼽고 있다. 그의 인터넷 설교는 무슬림들의 가슴 저편에서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폭탄테러 미수사건의 범인 파이살 샤자드를 정신적으로 배후 조종한 것도 올라키였다. 샤자드는 “그의 지하드를 촉구하는 인터넷 설교에 감명을 받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고 자백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미국행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의 범인 우마르 압둘무탈라브는 물론 같은 해 11월 텍사스 포트후드 미군기지 총기난사사건의 범인 니달 하산 소령 역시 올라키와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이 벌이려고 하는 행동에 ‘확신’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라키는 미국의 뉴멕시코 주에서 태어나 21년을 미국에서 산 미국 시민권자. 하지만 미국정부는 최근 그에 대해 사살명령을 내렸다. 중앙정보국(CIA)이 미국 시민권자에 대해 받은 최초의 살인면허다. 뉴욕타임스는 9일 “올라키가 이슬람의 청년들을 폭력적 극단주의로 물들이고 있는 핵심적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올라키는 덴버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서 이맘(이슬람 성직자)으로 활동했고, 9·11테러 직후만 해도 폭력을 비난하고 서방 이슬람 청년들에게 ‘미국과 10억 아랍세계와의 가교’ 역할을 촉구했던 온건 성향의 성직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을 겪으면서 “미국은 악의 국가로 변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성전이 우리에게 지워진 의무”라며 서방의 아랍 청년들에게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에 나설 것을 선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예멘 당국은 미국의 압력으로 그를 알카에다 연루자로 체포했다. 하지만 올라키는 1년 복역 후 석방된 뒤 종적을 감춘 채 인터넷상에서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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