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개혁안 ‘60석’ 덫에 걸려 법안 상정 불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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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운 월가 두둔하나”… 민주당, 반대의원들 압박
“국가이익 먼저 생각해야”… 오바마, 공화당 비난 성명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개혁법안에 이어 강력히 추진하는 금융개혁법안이 26일(현지 시간) 미 상원 법안 상정을 위한 표결에서 공화당 반대로 부결됐다. 표결에 부쳐진 법안은 민주당 소속의 크리스토퍼 도드 은행위원장이 제출한 것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 내용을 대부분 담고 있다.

이날 표결 결과는 찬성 57표, 반대 41표로 법안 상정에 필요한 60표를 얻는 데 실패했다. 공화당 소속 의원 2명이 기권한 것을 제외하고 공화당 의원은 모두 반대표를 던져 결속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벤 넬슨 의원(네브래스카)이 반대표를 행사한 가운데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투표 막판에 60석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의도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리드 원내대표의 반대표는 금융개혁법안을 이번 주 내에 다시 표결에 부칠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 상정 투표에서부터 일단 민주당이 60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공화당과 합의하지 않는 한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그동안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려고 노력했지만 26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화당과 협상을 계속하면서 이 법안을 상정하기 위해 다시 표결에 부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공화당과 합의하지 않은 채 계속 표결에 부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을 것으로 걱정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법안 상정 반대는 탐욕스러운 월가를 두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 의원 6명이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올림피아 스노(메인) 수전 콜린스(메인) 스콧 브라운 의원(매사추세츠) 등을 찬성으로 돌아설 의원으로 꼽았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에선 “양당 지지를 모두 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하지 않는 한 상원에서 처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협상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도드 은행위원장과 협상하고 있는 리처드 셸비 의원(공화)은 “많은 공화당 의원이 금융개혁법안을 처리하는 데 공감하지만 민주당 법안은 문제가 많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2008년 여름 금융위기를 초래한 대형 모기지회사에 대한 규제가 빠져 있는 데다 신설될 소비자보호청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해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가 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민주당은 소비자보호청이 무분별한 대출관행을 바로잡을 뿐 아니라 헤지펀드와 복잡한 파생상품을 규제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 상원에선 법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법안 상정에 이어 토론 종결 및 의결 투표 절차를 각각 밟아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공화당은 당파를 떠나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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